바이오젠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 19위로 전통 제약사가 아닌 순수 바이오의약품 업체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다. 198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월터 길버트 박사와 199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필립 샤프 박사 등이 1978년 함께 세운 미국 1세대 바이오 기업이다. 작년 매출은 134억달러(약 16조원)에 이른다. 국내 1위 제약사 유한양행의 10배다.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치매,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신경질환 분야 최강자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주요 품목의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력 제품인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텍피데라’가 대표적이다. 텍피데라는 바이오젠 전체 매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제품이다. 하지만 작년 6월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이 쏟아지자 직격탄을 맞았다. 작년 3분기 9억5310만달러였던 텍피데라 매출은 1년 만인 지난 3분기 4억9860만달러로 반토막 났다.

또 다른 주력 제품인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도 부진하다. 3분기 매출은 4억40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했다.

보다 근원적 위기의 원인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올인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오젠은 새 수익원을 만들기 위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 개발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사실상 집중해왔다. 그 덕분에 아두헬름은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알츠하이머 치료제로는 18년 만에 신약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근본적 치료가 가능한 첫 치매약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곧바로 효능 논란에 휩싸였다. 임상 3상에서 획기적인 약효를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시장에서도 외면받았다. 지난 3분기 아두헬름 매출은 이 회사가 당초 목표한 매출(1400만달러)의 2% 수준인 30만달러에 그쳤다. 예상 밖의 판매 부진에 바이오젠은 아두헬름 판매 가격을 5만6000달러(1년 복용 기준)에서 2만8200달러로 내렸다.

내홍도 불거졌다. 지난달 R&D를 총괄하던 알프레드 샌드록 대표가 회사를 떠났다. 입사 후 23년 만이다. 업계에선 그가 아두헬름 상업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바이오젠의 신약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 회사는 우울증 치료제 ‘주라놀론’ 외에 7개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 3상을 하고 있다.

이주현/한재영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