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미래 승부수'…美 바이오젠 품고 신약 최강자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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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젠, 신약 후보물질·R&D·판매 허가 등 노하우 갖춰
삼성 '독자 신약' 시간·비용 획기적으로 줄이는 시너지 기대
삼성 '독자 신약' 시간·비용 획기적으로 줄이는 시너지 기대
삼성그룹이 바이오젠 인수에 성공하면 삼성 바이오 사업은 물론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도약을 하게 된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오리지널 의약품을 똑같이 따라 만든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등 ‘변두리 사업’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신약 선두주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한 번 제대로 만든 신약은 반도체 같은 제조업처럼 업황 사이클을 타지 않고 꾸준히 높은 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 삼성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사업이다. 바이오젠만 해도 2년 전까지 50%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반도체 분야는 슈퍼 사이클 때나 가능한 이익률이다.
바이오젠은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발굴하고 각국 규제기관의 판매 허가를 여러 차례 받아낸 경험이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삼성이 바이오젠을 인수하면 이 같은 성공 노하우와 신약 연구개발(R&D) 비법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신약 개발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당장 시너지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바이오젠이 ‘큰손’이다. 수주 확대는 물론 CMO 사업 확장까지 넘볼 수 있다. 파이프라인 간 보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는 주로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에 쏠려 있다. 품목 허가를 받은 6개 제품 중 4개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2개가 항암제다.
반면 바이오젠은 신경계 질환 치료제에 강점이 있다. 창업자들이 신경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들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척수성 근위축증 등의 치료 신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도 33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뒤를 이을 신수종사업으로 바이오를 키워온 삼성에는 바이오젠 인수가 단번에 퀀텀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사업 영역을 놓고 바이오젠과 벌여온 불필요한 갈등도 없앨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작년 12월부터 1년째 국제중재 분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양측이 맺은 합작법인(JV) 계약을 위반한 것인지를 놓고 이견이 생겨서다.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은 합작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 영역을 침범하고, 이는 곧 JV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은 바이오젠 인수가 무산될 경우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실적은 32건, 계약 규모는 누적 13조2000억원 수준이다. 조 단위 기술수출 사례도 4건 나왔지만 세계 30위권 내 대형 제약사와 손잡은 사례는 지난 1월 GC셀과 아티바가 공동 개발한 뒤 미국 머크(MSD)와 2조9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은 세포치료제 사례 1건에 불과하다.
바이오젠 인수가 성사되면 글로벌 초대형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술교류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젠이 그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해온 뇌·신경질환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재영/이주현 기자 jyhan@hankyung.com
바이오 사업 시너지 기대
바이오젠은 1978년 설립 이후 신경질환 분야 바이오 신약으로 ‘대박’을 터뜨려온 바이오테크 기업이다. 암젠, 애브비, 길리어드 등과 함께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한 대표적인 바이오 1세대 기업으로 꼽힌다.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텍피데라(푸마르산 계열)’ 하나로 작년 39억달러(약 4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이마저도 특허 만료로 전년 대비 약 5억3300만달러 줄어든 결과다.바이오젠은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발굴하고 각국 규제기관의 판매 허가를 여러 차례 받아낸 경험이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삼성이 바이오젠을 인수하면 이 같은 성공 노하우와 신약 연구개발(R&D) 비법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신약 개발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데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당장 시너지도 클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의약품을 위탁생산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바이오젠이 ‘큰손’이다. 수주 확대는 물론 CMO 사업 확장까지 넘볼 수 있다. 파이프라인 간 보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는 주로 류머티즘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와 항암제에 쏠려 있다. 품목 허가를 받은 6개 제품 중 4개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2개가 항암제다.
반면 바이오젠은 신경계 질환 치료제에 강점이 있다. 창업자들이 신경학 분야 세계적 권위자들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파킨슨병, 다발성 경화증, 척수성 근위축증 등의 치료 신약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도 33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뒤를 이을 신수종사업으로 바이오를 키워온 삼성에는 바이오젠 인수가 단번에 퀀텀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 독자 신약 발판 기대
삼성이 바이오젠 인수에 성공하면 자체 신약 개발 사업의 걸림돌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보유한 주주다.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도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약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출범 10년도 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판매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가 6개에 이르고 파이프라인은 10개에 달하지만 신약 개발에 뛰어들지 못한 배경이다.사업 영역을 놓고 바이오젠과 벌여온 불필요한 갈등도 없앨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작년 12월부터 1년째 국제중재 분쟁을 벌이고 있다.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양측이 맺은 합작법인(JV) 계약을 위반한 것인지를 놓고 이견이 생겨서다. 바이오젠의 바이오시밀러 사업 진출은 합작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업 영역을 침범하고, 이는 곧 JV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삼성은 바이오젠 인수가 무산될 경우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 인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도약 기회
기업 간 인수합병(M&A) 거래지만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간 대규모 기술수출이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글로벌 바이오업체를 한국 기업이 인수한다는 건 다른 차원의 얘기여서다.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실적은 32건, 계약 규모는 누적 13조2000억원 수준이다. 조 단위 기술수출 사례도 4건 나왔지만 세계 30위권 내 대형 제약사와 손잡은 사례는 지난 1월 GC셀과 아티바가 공동 개발한 뒤 미국 머크(MSD)와 2조900억원 규모 계약을 맺은 세포치료제 사례 1건에 불과하다.
바이오젠 인수가 성사되면 글로벌 초대형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국내 바이오벤처의 기술교류도 한층 수월해질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젠이 그간 주력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해온 뇌·신경질환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재영/이주현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