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 프린트' 코트 '손뜨개 소재' 니트
일상회복 기대에 '과감한 디자인' 인기
패션업계에서는 신년 유행할 스타일로 1990~2000년대를 달군 세기말 느낌의 ‘Y2K패션’ 인기가 높아지고 재택 패션을 대신할 화려한 ‘파티룩’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격식을 갖춘 ‘포멀룩’도 재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패션 시장 ‘보복 소비’로 새해에도 ‘맑음’
삼성패션연구소는 내년 패션 시장이 ‘이전 성장 속도를 회복한다’는 의미에서 ‘아템포(A TEMPO)’를 패션 키워드로 선정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2019년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기 위해 힘껏 페달을 밟아야 할 때”라며 “느리거나 빠르게 변주한 후 다시 이전 빠르기로 돌아가라는 뜻에서 아템포를 패션 키워드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비롯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LF 등 패션기업은 새해에 유행할 색상과 디자인의 의류를 벌써 내놓고 있다. 한섬은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가 패션 트렌드에 반영되고 있다고 판단해 파스텔톤과 노란색, 분홍색, 하늘색 같은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핵심 색상으로 제안했다. 디자인도 플라워 프린트 등 과감한 문양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광택이 도는 소재를 이용해 의상이 돋보이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주요 상품으로는 가볍게 걸치기 좋아 활동성이 높은 짧은 점퍼가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 크로셰(손뜨개)와 같은 소재를 이용한 니트도 새해 핵심 상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패션 전문가들은 1990~2000년대를 뜨겁게 달군 Y2K패션이 재등장해 지난해 뉴트로 패션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F가 지난해부터 전개한 뉴트로 스타일 브랜드 ‘챔피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챔피온은 1919년 미국에서 탄생한 의류 브랜드로 밝은 색감과 특유의 로고 디자인으로 198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MZ세대가 관심을 보이면서 작년 대비 매출이 약 100% 늘었다. 후드 집업과 바람막이 등 캐주얼한 의류가 대표 상품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는 코로나19 시대 대표 패션인 원마일웨어가 사라지고 초미니 스커트가 거리를 휩쓸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패션 브랜드 ‘스텔라매카트니’는 내년 봄 시즌을 겨냥해 핑크, 오렌지, 옐로 등 산뜻한 파스텔 색상의 미니 원피스를 대거 선보였다. 지난 시즌 조거팬츠와 후드를 세련된 명품룩으로 완성시켜 큰 인기를 끈 셀린느도 이번 시즌에 초미니 드레스를 런웨이로 복귀시켰다. 오버사이즈 핏의 후드 티셔츠와 하의를 입지 않은 듯한 블랙 가죽 초미니드레스를 매치하는 등 다양한 변주를 줬다.
과감한 ‘애니멀 프린트’ 눈길
표범, 치타, 얼룩말 등 다양한 애니멀 프린트도 눈에 띄는 내년 신상품이다. 레오퍼드(표범) 패턴은 수십 년간 꾸준히 인기를 끈 디자인이지만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이미지로 여성들이 일상복으로 입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젊고 여성스러운 디자인과 색상, 소재를 적용해 세련된 패션 상품으로 활용하기가 쉬워졌다.내년 봄여름 시즌 눈에 띄는 스타일 중에는 카고 스타일의 바지가 있다. 국내에서 ‘건빵바지’로 불리는 이 바지는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게 특징인 작업용 바지다. 디스퀘어드는 남성복과 여성복을 호환한 밀리터리룩을 선보였다. 카모플라주 패턴 등 다양한 색상과 소재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투박하고 거친 느낌의 카고 반바지에 얇고 투명한 느낌의 시스루 실크 톱을 매치해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시켰다.
골프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일상복으로서의 골프웨어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FnC의 지포어는 올해 등장한 대표적 신예 중 하나다. 서울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는 고급 골프웨어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하나둘 들어서기도 했다. 삼성물산의 빈폴골프는 스트릿 브랜드 ‘오아이오아이’와 함께 젊고 활기찬 골프웨어 스타일을 제안했고, 구호도 골프웨어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클로브, 피브비, 르쏘넷 등 패션성을 강조한 여성 중심 디자이너도 골프웨어를 내놨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