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규 임원의 절반가량이 디지털·정보기술(IT) 전문가에서 배출됐다. 1977년생이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대폭 젊어졌다.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변신을 추구하는 은행의 조직개편과 맞물려 테크 분야 인재가 중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 디지털 바람…새 임원 절반 '테크전문가'

○디지털·IT 전문가, 임원진 대거 합류

최근 임원 인사를 단행한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 등 4곳의 신규 임원 13명 중 6명이 디지털·IT 전문가였다. 이번에 데이터사이언스 유닛장(상무)으로 승진한 김민수 신한은행 통합AI센터장이 대표적이다. 김 상무는 지난 4월까지 삼성SDS에서 AI선행연구소 랩장을 맡았다. 그는 1977년생으로 KAIST 전산학과 박사 출신이다.
은행, 디지털 바람…새 임원 절반 '테크전문가'
국민은행이 영입한 허유심 디지털콘텐츠센터장(상무)은 SK브로드밴드 부사장과 CJ헬로 OTT 사업 담당 상무 등을 맡아온 비대면 콘텐츠 전문가다. KB스타뱅킹을 비롯해 플랫폼의 콘텐츠 발굴을 주도할 전망이다. 하나은행에서 상무로 승진한 박태순 정보보호본부장은 전자계산공학을 전공하고 IT 직무에서만 일해온 금융IT 전문가다. 농협은행에선 부장에서 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부행장으로 발탁된 4명 가운데 2명(조상진 IT금융부장과 박수기 IT기획부장)이 IT 전문가였다.

투자상품 전문가들이 승진한 것도 주목된다. 이상화 국민은행 금융투자상품본부 상무(현 WM투자전략부장)는 2018년 현대증권에서 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18년간 리서치센터장 등을 맡아온 투자전문가다. 신한은행에선 홍석영 신한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이 투자상품그룹장(상무)으로 승진했다. 은행 관계자는 “비이자 수익원 발굴을 위해 투자전문가의 안목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여성 부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신한은행은 박현주 서부본부장을 소비자보호그룹 부행장으로 발탁했다.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박 부행장은 여상 출신 공채 2기로 창립(1982년) 당시부터 근무하고 있는 유일한 임원이다. 그는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해 좀 더 편리하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전략총괄(CSO) 산하에 신설한 ESG본부장(상무)에 문혜숙 KB금융 부장을 발탁했다. 국민은행의 허유심 센터장도 여성 인재로, 기존 상무급에서 서혜자 준법감시인을 제외하면 여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농협은행에서도 이현애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수신지원부장이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부행장 인적 구성은 변동 없어

은행의 ‘별’로 꼽히는 부행장은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에서 총 49명 가운데 20명이 신규 선임됐다.

새 부행장들의 주특기는 영업(8명), 기획·인사(6명), 디지털(2명), 투자(1명), 글로벌(1명) 등으로 인적 구성에서 예년과 큰 차이 없이 골고루 안배됐다는 평가다. 신임 부행장들의 평균 나이는 57세(1965년생)였다. 출신 대학은 고려대가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가 2명씩이었다.

국민은행은 이번에 부행장 승진자가 없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사업그룹대표 직책이 생기면서 부행장과 전무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졌다”며 “또 24개 본부에서 32개 본부로 확대돼 경영진 비대화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감사 자리는 예년처럼 금융감독원의 독차지였다. 국민은행은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지낸 김영기 전 금융보안원장을 상임 감사위원으로 영입했다. 신한은행은 류찬우 전 금감원 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보를 상임 감사위원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