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검찰 수사 단계에서 영상녹화 조사와 공범 증거 보전 청구 등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피고인의 동의 없이는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함에 따라 검찰의 범죄 입증 방법도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30일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에 대응하는 수사 매뉴얼을 일선 검찰청에 배포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대검은 피고인이 재판에서 조서 내용을 부인할 때에 대비해 적극적으로 영상녹화 조사를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공소 제기 전이나 공소 제기 후 1회 공판기일 이전에 공범 등의 주요 진술을 증거로 보전해 사용할 수 있는 증거 보전 청구와 증인 신문 청구 등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검찰은 공판 단계에선 수사 중 피의자 진술을 들은 조사자 또는 참여자를 증인으로 신문하는 조사자 증언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피의자 신문조서는 영상녹화물과 함께 조사자 증언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수사 및 공판전략 변경뿐만 아니라 조사과정에서 제작한 영상녹화물을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형사소송법 개정을 시도할 계획이다.

검찰이 이 같은 방안을 강구한 것은 내년 1월 1일부터 형사소송법 제312조 개정안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피고인·변호인이 동의했을 때만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피고인 측이 검찰 조사 단계에서 범행을 자백했다고 해도 재판에서 말을 바꾸면 자백 내용을 증거로 쓸 수 없다. 내년에 기소되는 사건부터 바뀐 법이 적용된다.

새 형사소송법은 법정에서 직접 조사해 확인한 내용을 최우선 증거로 삼는 ‘공판 중심주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다. 피의자가 실수나 수사기관의 압박 등으로 잘못된 진술을 했더라도 재판에서 바로잡기 어렵다는 문제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증거로 못 쓰면 범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 증언과 물증 확보가 쉽지 않은 강력 범죄와 권력형 범죄가 진상을 밝히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검 관계자는 “법원,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의해 범죄 입증에 필요한 증거 확보와 법정 현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 후에도 범죄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