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의 가동률을 낮춘 게 메모리 회사 주가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공급이 제한되면서 메모리 가격 하락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 봉쇄로 삼성 시안공장 생산 줄여…메모리 공급사 주가에는 긍정적 영향"
삼성전자는 29일 시안 낸드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에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선 낸드 경쟁사인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 주가가 각각 5.24%, 3.48% 상승했다.

마이크론도 30일 이번 봉쇄 조치로 D램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마이크론은 이 지역에 D램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을 두고 있다. 이날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3.15% 올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안 공장은 세계 낸드 생산량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세철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감산이 글로벌 메모리 공급 제한으로 이어지고, 내년 메모리 평균 판매가격(ASP) 상승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씨티증권은 내년 메모리 가격 추정치도 상향 조정했다. 당초 내년 1분기 낸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 하락폭이 6%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수정했다. 2분기 낸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3% 하락, 3분기 보합, 4분기 3% 상승을 전망했다. D램 가격 턴어라운드 시점도 내년 2분기로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D램의 경우 1분기 5% 하락하다가 2분기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1% 상승, 3분기 7%, 4분기 9%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가동률을 낮춘 당사자인 삼성전자로선 중립적일 수 있지만, 낸드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컸던 상황에서 감산 효과로 가격의 낙폭이 줄어드는 것이 업계 전반적으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가동률 조정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 데다 가격 하락 사이클을 막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진단이다.

이번 시안 봉쇄가 2019년 6월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낸드 시장 2위였던 도시바메모리(현 키옥시아) 일본 욧카이치 공장에서 정전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공급 과잉 상태이던 낸드산업은 정전 이후 과잉 재고가 정리되는 수혜를 봤다”고 설명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수요 대비 공급을 의미하는 공급과잉률이 2019년 2분기 1.6%였는데, 2019년 3분기 -8.5% 수준으로 내려가며 공급 부족 상태로 바뀌었다.

당시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의 시가총액은 정전 직후부터 의미있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시 SK하이닉스 주가는 2019년 6월 17일 저점(6만2400원)을 찍은 뒤 지난해 2월 17일(10만6000원)까지 70% 뛰었다. 다만 정전이 발생한 키옥시아는 상장사가 아니어서 사고로 인한 기업 가치 변화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