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일 유화 메시지로 결집 시도…'구원' 해소는 朴에 달려
중도층 이탈·新 계파 갈등 '부작용' 우려도
오늘 밤 석방되는 박근혜…대선판에 파장 일으킬까
국민의힘이 31일 0시 특별사면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파급에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고도의 정치 감각을 과시했던 박 전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유권자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다.

자유의 몸이 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의 표심에까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규모와 방향은 미처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30일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나 행보가 윤석열 대선 후보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미지수"라며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기조"라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측근 유영하 변호사의 전언대로 당분간 신병 치료에 전념하며, 별다른 정치 활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에서는 내심 박 전 대통령이 정권 교체의 대의에 공감해 지지 의사를 밝혀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윤 후보가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에 이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끌어낸 '구원'을 극복하고, 박 전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얻는다면 보수 지지층 결집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전후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지속 발신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해 "박 전 대통령께서 건강이 회복되시면 찾아뵙고 싶다"며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8일 토론회에선 자신이 과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휘한 것과 관련,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밝혔다.

오늘 밤 석방되는 박근혜…대선판에 파장 일으킬까
다만, 대선 국면에서의 유불리를 따진 정치 공학적 접근으로 비치는 것도 경계하고 있다.

특히 선대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총괄상황본부가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윤 후보 메시지의 완급 조절에 각별히 공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상황을 약삭빠르게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를 선언해준 일부 친박 단체 관계자들과도 가급적 담담하게 뵙고 대화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에 기대는 데 따른 부작용으로 중도층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과 이념, 세대의 경계를 넘어 합리적 진보까지 아우르는 '빅텐트'를 펼치겠다는 윤 후보의 애초 선거 전략을 고려, 박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렵사리 '탄핵의 강'을 건넌 국민의힘이 박 전 대통령과 밀착하며 다시 주홍글씨를 덮어쓸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었던 지난해 12월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 잘못"이라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정부·여당의 보수 분열책일 수 있다는 경계심 속에서도 옛 친박계를 중심으로 윤 후보에 대한 노골적 반감이 표출되고 있다.

오늘 밤 석방되는 박근혜…대선판에 파장 일으킬까
옛 친박계인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선 후보는 이날 라디오에서 박 전 대통령이 당분간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윤 후보에 대한 지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후보 교체론을 거론하며 "여러 가지 대안들이 있다고 본다"며 "윤석열보다 나쁜 대안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 주변에 유독 옛 친이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자칫 과거 보수 궤멸의 시발점이 됐던 계파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