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인기 최고 '혼다 SUV'…국내선 왜 안팔리나 봤더니 [신차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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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아의 신차털기 25회
혼다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 시승기
혼다 CR-V 하이브리드 투어링 시승기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오자크'에서 주인공 마티가 차량 거래 과정에서 언급한 대사의 일부다. 실제로 미국에서 혼다, 도요타 등 일본 브랜드 위상은 '국민차' 급으로 한국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차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고, 넉넉한 적재 공간을 갖춰 패밀리카로 활용도가 높다는 게 미국 내 인식이다. 미국 브랜드 차들보다 내구성이 좋아 잔고장이 적고 연료 효율이 높다는 점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혼다 CR-V가 대표적이다. CR-V는 북미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 도요타 라브 4와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툴 정도로 잘 팔린다. 국내 시장에서도 2004년 출시 후 3년 연속 수입차 '톱3'에 들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2019년 본격화된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이 직격탄이 됐다. 그 사이 독일차 브랜드 진입장벽은 낮아졌고, 국산차 수준이 높아지면서 CR-V의 포지션이 애매해진 점도 판매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8~29일 직접 혼다 CR-V 하이브리드를 몰아보니 미국 소비자들이 이 차를 선택하는 이유가 납득이 갔다. 요약하자면 트렌디하진 않지만 편안하고 실용적이다. 2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가진 차의 내공이 느껴졌다.
주행은 안정적이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 방지턱을 넘어도 거뜬히 충격을 걸러냈다. 모터가 들어간 차량이라 초반 가속력도 뛰어나다. 시속 30~40km까지 전기 모터로 차를 굴리다가 엔진이 개입되는 순간에도 별다른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CR-V 하이브리드에는 전기 모터 2개가 들어간다. 보통의 하이브리드 차와 달리 CR-V 하이브리드는 전기 모터가 엔진의 보조를 받는다. 모터 출력이 엔진 출력보다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주요 동력원이 전기 모터라고 해도 무방하다.
전기 모터만으로 최대 184마력, 엔진+모터 합산 최대 215마력의 동력 성능을 낸다. 다만 일정 속력 이상을 내면 차가 밟은 만큼 나가지 않는 느낌은 든다. 엔진 영향을 덜 받는 만큼 조용한 편이다. 가속 시 엔진 소리가 미세하게 들리지만 거슬릴 만한 수준은 아니다. CR-V 하이브리드는 널찍한 실내 공간이 강점이다. 현대차 싼타페, 기아 쏘렌토 등 한 체급 위 차량들보다도 적재 공간이 넓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940L, 2열을 접으면 1945L까지 나온다. 뒷좌석 레그룸과 헤드룸도 모두 넉넉하다. 2열 시트를 접었을 때 평탄화가 이뤄져 차박(차량+숙박)에도 유용하다.
2열 도어는 90도로 열려 카시트나 유모차를 넣을 때 편리할 것으로 보인다. 운전석과 동승석 사이 센터 콘솔은 3단식 구성으로 사용 가능해 활용도가 높았다.
혼다의 반자율주행 기능 '혼다센싱' 기능은 대체로 만족스러웠지만 차로 유지 기능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차로 이탈 시 경고 수준에서 작동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복합 연비는 L당 14.5km, 고속도로 연비는 L당 15.3km다. 서울 강동에서 인천 청라까지 왕복 100km 이상 구간을 주행했더니 평균 연비는 15.9km/L에 달했다. 고속도로 주행 비중이 높았던 것을 감안해도 기대 이상의 효율이다.
CR-V 하이브리드 가격은 시승차인 투어링 트림 기준 4770만원이다. 한 단계 아래인 EX-L 트림 가격은 4510만원이다. 투어링과 EX-L은 타이어 크기부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운전석 메모리시트 등 일부 옵션 차이가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영상=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