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과거에 비해 특히 많이 언급되는 단어, 바로 '청년'이다. 2017년 대선 당시 20대는 76.1%, 30대는 74.2%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2030세대가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했다. 후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락날락하고 춤을 추고 요리도 하며 청년 표심 잡기에 한창이다. 하지만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청년들은 영 진정성을 느끼기가 어렵다. 이대로 청년들의 미래를 후보들에게 맡겨도 되는 것일까? '청문청답.' 2030 청년 기자들이 각 후보의 청년 조직을 만나 '뒷담'을 나눴다. [편집자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사진=연합뉴스
"청년은 선거 때 쓰고 버리는 장식품이 아니다."

'청년 친화 정부'를 앞세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한 말이다. 윤 후보는 청년 유권자들을 겨냥해 청년보좌역을 모집하는 등 '청년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삼겠다'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윤 후보의 청년층 지지율이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복되는 내홍 때문일까, 윤 후보의 소위 '꼰대' 이미지 때문일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자극적인 갈등이나 메시지에만 눈이 가려 혹시라도 청년들이 놓친 윤 후보의 진면모가 있진 않을까 궁금해졌다. 윤 후보의 경선 때부터 청년 조직을 맡아오고 있는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본부장을 만나 윤 후보의 청년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본부장. /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장예찬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본부장. / 사진=국민의힘 선대위 제공
Q) 이번 대선에서 청년에 대한 입지가 상당히 높아진 분위기가 느껴진다. 각 당 대선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청년 표심 구애에 열심인데.

A) 훨씬 현명해지고 무서워진 2030 유권자들의 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청년 유권자들은 특정 이념과 특정 정당에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실리적이고 실용적인 투표를 하는 성향을 갖고 있는 청년들이 스스로 본인들의 입지를 높였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밀어주다가 4·7 재보궐선거에서는 완전히 심판해버리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Q) 장 본부장은 윤 후보 경선 캠프에서 청년특보를 맡았고, 지금은 선대위에서 청년본부장을 맡았습니다. 특히 윤 후보에게 끌린 이유라도 있나요?

A) 윤 후보는 사적인 자리든 공적인 자리든, 기성세대들과 똑같은 의견일지라도 청년들이 말하면 훨씬 더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윤 후보는 정책 제안이나 문제 해결 능력 측면에서 청년이 기성세대보다 나은 점들이 많다고도 합니다. 또 청년들을 경험이 없는 아랫사람으로 보지 않고, 요즘 청년들이 냉정하게 과거 어느 세대보다 실력이 있고 뛰어나기 때문에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잘 부각이 돼야 했는데,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 제 책임인 것 같습니다. 본선 과정에서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Q) 윤 후보의 청년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A)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재차 강조했다시피 청년을 '정책 수혜의 대상', '배려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함께 나라를 운영해 가는 파트너라는 인식이 굉장히 강합니다. 역대 어느 선거 캠프에서도 청년보좌역을 수십 명씩 뽑아서 배치하는 시도는 없었습니다.

Q) 윤 후보의 청년 정책의 강점과 약점을 꼽자면?

A) 먼저 강점은 청년들이 직접 참여해서 정책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청년들의 관심사가 많이 반영돼 있습니다. 경선 때 발표한 청년 공약 중에 무고죄 처벌 강화, 촉법소년 연령 하향, 전자 감독제 강화, 흉악범에 대한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가족부 개편 등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게 왜 청년 공약이냐'는 말도 나왔는데요. 기존 여의도 문법에서 말하는 '청년 부동산', '청년 저축' 같은 공약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에 대해 공약으로 다룬다는 게 윤 후보 청년 정책의 강점입니다. 약점은 이런 청년들의 니즈를 반영한 공약이 많이 있음에도 잘 알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윤 후보의 이런 공약을 잘 모르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전달이 잘 안 된 게 아쉽습니다.

Q) 청년 정책에 있어서 유력 경쟁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재명 후보의 경우 '뭘 주겠다'는 여의도 문법식 공약,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청년들이 젊으니까 배려해주고 할당해준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사례만 보더라도 지금 청년들은 배려가 아니라 동등한 기회, 할당이 아닌 공정한 경쟁을 원합니다. 일단 윤 후보의 기본 철학 자체가 민주당식 '할당 배려'와는 다릅니다. '30대라서 장관을 시켜주겠다'가 아닌 '디지털 플랫폼 정부에서 디지털 역량이 뛰어난 30대들이 업무 성과 능력으로 장관까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게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차이입니다.

Q) 청년 세대가 특히 싫어하는 게 소위 '꼰대'인데. 윤 후보의 꼰대 이미지, 벗을 수 있을까?

A) 이재명 후보처럼 크리스마스 캐럴에 맞춰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방식으로는 그 이미지를 벗을 순 없다고 봅니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윤 후보가 자주 하는 말이 '청년들을 100%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이 경청하겠다'는 건데요. 2030의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를 듣고, 이후에 피드백을 내는 속도가 빨라진다면 청년들의 인식도 많이 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의 갈등이 2030 지지율 하락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내부 의견은?

A) 특정인의 사퇴 이전에 민주당은 '원팀'이 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국민의힘은 내부 문제로 삐걱거리고 분열이 노출되는 것 자체가 지지율이나 국민 여론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내부의 잡음이 국민의 관심을 뺏어가는 게 아니라, 단단히 뭉친 모습으로 무능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나 틈만 나면 말을 바꾸는 이재명 후보의 약점을 공략하는 게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대표도 선대위를 비판할 명분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