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은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1.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 제공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31일 신년사를 통해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성장과 물가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는 가운데 금융불균형 상황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영향을 함께 짚어가며 판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우리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이어지고 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출과 설비투자가 글로벌 수요 확대에 힘입어 호조를 지속하고, 소비는 감염병 확산에도 부진이 점차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소비자물가는 국제원자재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다, 경기회복 과정에서 수요압력도 커지며 오름세가 빠르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과 가계부채 누증으로 금융불균형 심화에 대한 우려가 한층 커졌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 안팎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현으로 팬데믹 종식을 가늠하기 어렵고, 글로벌 공급 차질과 기후변화 대응 등 영향으로 높아진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선 "그간 높아진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이 상호작용해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금융·외환시장 안정 유지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미 중앙은행(Fed)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해 금리 인상을 이미 시작했거나 예고하고 있다"면서 "각국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국제금융시장의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증폭될 수 있어 불안 요인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필요하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금융지원 정상화 과정에서 가계 및 기업부채의 잠재 부실이 현재화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그는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등 금융시스템의 위험요인을 상시 점검하고, 정부와 협력해 적절한 대응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