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타보는 시소에 딸아이가 방긋 웃고 있습니다.
처음 타보는 시소에 딸아이가 방긋 웃고 있습니다.
2021년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처음엔 마냥 예뻐해 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먹고 자는 게 다가 아니고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을 하려면 '놀이'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체력이 조금이라도 좋은 아빠가 나서야겠다 싶었습니다. 아빠는 처음이라 정답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편집자주]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딸아이가 방긋 웃으며 맞아줍니다. 요즘 딸아이가 눈만 마주치면 웃어주는 덕에 없던 힘도 나고 있습니다. 헌데 평소와 같은 내복 차림이 아니라 외투까지 입은 '완전무장' 상태입니다. 슬쩍 살펴보니 아내도 롱패딩을 들고 있네요. 딸아이가 낮잠을 안자서 산책을 나가려 했다고 합니다.

가방만 내려놓고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뒤 함께 산책에 나섰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지만, 어둡진 않았고 마침 날도 따듯했습니다. 유모차에 앉은 딸아이도 주변을 둘러보며 열심히 구경하더군요. 걸음을 옮기던 도중 작은 놀이터를 발견했습니다. 여러 놀이기구가 작지만 알차게 모여있었습니다.

제가 어렸던 시절 놀이터 놀이기구는 미끄럼틀부터 정글짐까지 모두 쇳덩어리였습니다. 놀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았고,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이면 한기가 올라와 손 대기도 싫었죠. 요즘 놀이기구는 재질부터 달랐습니다. PVC로 만들어 튼튼하면서도 적당한 탄력이 있었습니다. 미끄럼틀을 통통 두드려보다 살짝 장난기가 들더군요.
그네와 시소 같은 놀이기구들은 아이의 평형기관을 자극해준다고 합니다.
그네와 시소 같은 놀이기구들은 아이의 평형기관을 자극해준다고 합니다.
유모차 밑에 구비해둔 힙시트를 착용하고 딸아이를 안았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생애 첫 놀이터 체험입니다. 딸아이가 혼자 타진 못하니 힙시트를 채워 미끄럼틀과 그네를 태우기로 했습니다. 아내도 "우리 딸, 미끄럼틀 타보네"라며 웃어주더군요. 말 못하는 딸아이는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운 상태였지만 말입니다.

미끄럼틀을 두어번 탔는데,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그네로 옮겼습니다. 그네를 타고 있으니 아이가 앞니를 활짝 드러내며 미소짓더군요. 앞뒤로 흔들리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보였습니다.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자이로드롭보다는 바이킹이 더 취향이려나' 하는 생각도 드네요. 감염병 걱정 없이 놀이동산에 함께 가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래봅니다.

그네를 한동안 타다 자리를 옮겨 시소를 타봤습니다. 아이를 앞에 안고 함께 타려고 했더니 무릎이 비명을 지릅니다. 무릎이 화끈거리는 이유는 군대에서 '무릎앉아'를 반복하며 얼차려를 받았던 이후 처음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높이도 맞지 않는 기구에 아이를 안고 함께 탄다는 건 과한 욕심이구나 새삼 깨달았네요.

딸아이만 태워보기로 하고 옆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보조해주려는데, 아이가 곧바로 시소 손잡이를 잡더군요. 큼지막한 손잡이에 작은 손가락이 나란히 얹혀지니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웃는 저를 보고 아이도 방긋 웃네요.

시소를 위아래로 살짝살짝 움직여주니 딸아이가 소리내어 웃으며 좋아합니다. 처음 타보는 시소를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약간 더 힘을 내보기로 했습니다. 시소가 보다 더 들썩이자 딸아이 눈매는 가늘어지고 입꼬리는 하늘로 향합니다. 취향 저격에 성공한 모양입니다. 잠시 더 시소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손 시릴까 걱정이 되고 날도 저물었기 때문이죠.

"내일 다시 놀이터에 나와 놀자"며 아이를 데리고 왔지만, 그 약속은 지키지 못했습니다. 연말답게 갑자기 날이 추워지더라구요.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 함께 놀이터를 가봐야겠습니다. 그 즈음이면 걸음마도 성공할 테니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마음껏 움직이기 좋은 장소로 놀이터가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네와 시소 같은 놀이기구들이 아이의 평형기관도 자극해주겠죠.
여러 지자체에서 다양한 장난감이 구비된 '장난감 도서관'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러 지자체에서 다양한 장난감이 구비된 '장난감 도서관'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당장 놀이터를 가지 못한 대신, 시에서 운영하는 장난감 도서관을 다녀왔습니다. 걸음마 보조기부터 볼풀장까지 다양하게 갖췄졌더군요. 연회비 5000원이면 원하는 장난감을 빌려갈 수 있었습니다. 근무하고 계시던 직원 분은 다른 지자체들도 비슷한 기관을 운영한다고 설명해주시더군요.

직전에 누군가 다녀갔는지, 안쪽 사무실에서는 큰 장난감에 소독액을 뿌리며 열심히 닦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위생 우려도 덜어내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침 딸아이가 100일부터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흥미를 잃었기에 회전하며 공을 뿌리는 장난감과 누르면 소리가 나는 버튼이 잔뜩 달린 장난감을 빌려왔습니다.

이런 장난감 하나 사려면 몇 만원씩 들고, 아이들의 흥미가 오래가지도 않는데 공간과 자원의 낭비를 막아주는 좋은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이 되어 놀이터를 가기 전까진 장난감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