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코로나19 확진자를 가려낼 수 있는 분자진단시약이 국내에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3시간이면 어떤 변이에 감염됐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방역당국의 확진자 선별과 방역 관리가 한층 수월해질 전망입니다.

코로나19 유행이 3년차에 접어든 지금 진단키트는 의료업계 종사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말이 됐습니다. 널리 쓰이는 코로나19 진단 방식은 정확도가 강점인 분자진단, 신속성과 편의성이 강점인 면역진단 두 가지가 있습니다. 분자진단엔 씨젠, 바이오니아, 코젠바이오텍 등이, 면역진단엔 SD바이오센서, 수젠텍, 바디텍메드, 피씨엘 등이 대표적인 국내 기업입니다. SD바이오센서처럼 두 가지 방식 제품을 모두 갖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분자진단방식은 주로 실시간 유전자증폭(PCR)으로 불리는 기술을 이용합니다. 바이러스가 많이 모여 있는 콧속 깊은 곳에서 채취한 검체를 활용하죠. 검체 속 바이러스 유전자의 수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그 수를 늘리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장비 온도를 데우고 식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결과가 나오는 데 2~3시간이 걸리죠. 정확도는 99~100% 수준이어서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가리는 데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 방역당국이 확진자 판정에 쓰는 방식입니다.

통상 분자진단시약은 3~7종의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사하게 됩니다. 이들 유전자 종류의 검출 조합에 따라 변이를 구별하는 게 가능합니다. 오미크론 구별에 쓰이는 코젠바이오텍 진단키트는 7종 유전자를 검사해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오미크론 등 5종의 변이 감염 여부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기존엔 오미크론 변이 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바이러스 유전자의 염기서열 전체를 확인하는 전장유전체 분석법이 쓰였습니다. 검사 결과를 받는 데 3~5일이 걸렸죠.

PCR 기술을 이용한 분자진단 방식은 유전자를 증폭하는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 장비는 부피가 크고 가격은 수천만원에 이릅니다. 전문 분석기관에만 주로 설치돼 있는 이유입니다. 진단 시약 속에 유전자 추출용 시약을 따로 넣어줘야 하는 수작업도 필요합니다. 진단 업체들은 이 과정을 자동화하고 진단 장비를 소형화해 분자진단 진입장벽을 낮추려 하고 있습니다. SD바이오센서는 소형 자동 분자진단 장비를 지난 3분기 출시해 유럽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니아도 소형 자동화 장비의 품목 허가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별도 장비 없이 15분이면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는 신속 면역진단 방식도 있습니다. 면역진단은 항체, 항원이 서로 결합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바이러스 항원을 검출하기 위해서 진단키트에 이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를 붙이는 것이죠. 반대로 항체를 잡아내고자 항원을 키트에 붙이기도 합니다. 다만 면역진단의 정확도는 80~95% 수준입니다. 99%에 가까운 분자진단보다 덜 정확합니다. 그럼에도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선 면역진단을 코로나 감염 판별에 씁니다. 임신 진단기 크기의 작은 진단키트만으로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장점 때문입니다. SD바이오센서, 휴마시스가 국내 약국·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신속 항원진단키트가 이 방식입니다. 이 제품들은 오미크론 감염도 코로나 확진으로 구별해내지만 델타에 감염됐는지, 오미크론에 감염됐는지 구별할 수는 없습니다.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진단키트도 있습니다. 혈액으로 진단합니다. 백신 효과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때 사용합니다.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백신 접종을 하면 몸에 항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항체진단 검사는 병·의원에서 가능합니다. 항체는 대개 3~6개월 정도 유지되는데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이들을 물리치는 역할을 합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