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한경 신춘문예] "비주류 취향도 당당히 인정받는 사회 됐으면"
“마이너한 유머 코드가 들어 있는 작품이라 재미있어 해주실까 걱정했는데, 당선돼 너무 기쁩니다.”

2022 한경 신춘문예에서 스토리 부문 2등에 당선된 진용석 씨(41·사진)는 “양양 남대천 축구장 옆길을 산책할 때 당선 전화를 받았다”며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어 아내와 둘이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2등 당선작 ‘고정관념 타파클럽’은 어느 날 서울 밤섬에 소행성이 추락한 뒤 잠이 들면 몸이 액체화한다거나, 웃으면 미끄러진다거나, 이마에 꽃이 핀다거나 등 쓸데없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대본이다. ‘행초(소행성 초능력)’란 비속어로 불리며 공공연히 차별받은 이들은 고정관념타파클럽을 만들어 저항한다. 심사위원들은 아이디어가 가장 신선하고 독특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진씨는 현재 강원 양양에 살고 있지만 2년여 전까지만 해도 집이 서울 대학로에 있었다. 아내 임빛나 씨와 2012년 ‘창작집단 빛과돌’이란 극단을 세워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았다. ‘시에나, 안녕 시에나’ ‘레알 솔루트’ ‘에이미 Go’ 등이 이들의 작품이다.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학로에서 배우로 활동하며 조금씩 글을 썼어요. 그때 ‘오빠는 연기는 제일 잘하지 못하지만, 글은 제일 잘 쓸 거야’라는, 당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다니며 공연 조연출을 하던 아내의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기로 했죠.”

한예종 극작과 전문사 과정을 졸업하고 임씨와 극단을 만들어 대학로에서 계속 공연을 해왔다. 좋은 평가를 받아 공연이 매진되고, 국가 지원금도 받을 수 있는 것들은 다 받았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저희가 욕심이 많아서 지원금을 3000만원 받으면 제작비로 다 써버렸어요. 연극판에 계신 선생님들이 미련하다고 할 정도였죠. 양쪽 부모님들이 도와줘도 생활이 안 돼 극단을 잠정 정리하고 양양으로 갔어요.”

양양에서 오로지 글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각오였다. 이번 한경 신춘문예 당선은 새로운 도전에 나선 뒤 2년 만의 첫 결실이다.

지금도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는 그는 “그래도 단순히 시간 때우기용 작품은 만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고정관념 타파클럽’도 황당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 ‘신(新)획일주의’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회가 과거보다 더 많이 약자나 비주류를 존중해주고 있지만 ‘이제 여기서 만족하고 더는 목소리를 내지 말라’고 은근히 이들을 억누르는 것 아니냐는 문제 의식이다.

“아직 부족하지만 결말이 아름답고 멋진 작품을 쓰고 싶어요. 단순히 끝낼 때가 돼서 끝을 내는 작품이 아니라 파토스적으로 여운이 남는 작품을요.”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