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배 화이어캅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이기배 화이어캅스 대표. / 사진=최혁 기자
“소방점검 분야 기업들 규모가 매우 작은 편입니다. 본연의 업무인 소방점검 관련 서비스에 집중하기에는 매뉴얼 구성 및 운영, 기술개발, 마케팅, 노무 및 경영지원, 직원 발전프로그램 운영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한 한계가 있더군요.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다 지금의 공동브랜드 화이어캅스를 출범하게 됐습니다.”

이기배 화이어캅스 대표(사진)가 ‘공동브랜드’ 개념을 소방기술 서비스 분야에 도입을 결심한 배경이다. 공동브랜드는 동종 업계 중소기업들이 하나의 브랜드로 소비자 신뢰를 쌓고, 직원의 성장 지원 및 기업 발전에 필요한 홍보마케팅을 활성화해 양질의 서비스를 할 수 있게끔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2016년 출범한 화이어캅스는 현재 전국 각 권역에서 총 16개 법인이 참여하는 공동브랜드로 거듭났다. 소속된 기술인력만 400여명에 달한다. 소방점검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소방관리 업체(브랜드)로는 최대 규모다.

“소방시설관리업은 다른 분야와 달리 전국망이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최저가 위주로 그 지역 업체들을 찾는 게 일상적이고, 품질도 고객 눈높이에 안 맞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국망에 대해 고민하던 참에 코엑스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갔는데 우리처럼 소규모인 무인경비 업체들이 서로 협력해 공동브랜드를 운영하는 모델이 있더라고요. ‘이런 방법이 있구나’, ‘우리 소방 분야의 길이 여기구나’ 했죠. 그때부터 관련 내용을 일일이 신문 스크랩하면서 공동브랜드를 도입할 방법을 찾아봤습니다.”

그는 “저뿐만이 아니라 소방관리업 분야 다른 기업들에도 장기적 발전에 대한 희망을 주고 싶었다. 소방의 제2, 제3의 공동브랜드가 나와 업체·고객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도전의 시작을 제가 시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고민에만 그치지 않고 공동브랜드 실현 방법을 찾으며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서강대 기술경영(MOT)전문대학원에도 진학했고, 석사학위 논문이 ‘브랜드 공유를 통한 소방업체의 전국화 방안 연구’였을 정도로 실현 방법을 파고들었다. 이어 각 지역의 견실한 소방관리업체들을 직접 찾아가 공동브랜드 개념과 철학을 설명하고 참여해달라고 설득했다.

그는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기업의 성장을 위한 모델에 대한 요구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년에 걸쳐 업체들이 함께해와 지금의 16개 법인군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공동브랜드 각 대표들의 모든 의사결정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이뤄진다. 이 대표는 “화이어캅스 법인 대표들과 분기에 한 번씩 1박2일 워크숍을 해왔다. 자주 만나 공동브랜드의 취지에 맞게 매뉴얼을 업그레이드하고 타 분야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품질관리와 고객에게 주는 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같이 학습도 한다”고 덧붙였다.

화이어캅스는 다음 단계로 서비스 디지털화인 ‘오프라인 투 온라인’을 뜻하는 O2O 서비스를 역방향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불이 나기 전이라도 시설의 화재 감지 및 동작 신호를 받으면 바로 출동하는 식이다. 통신사와 손잡고 무선 실시간 화재 알림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물리적 점검을 넘어 정보기술(IT) 기업의 면모까지 갖춰가고 있다고 이 대표는 소개했다. 화이어캅스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에 참여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소방안전관리 업체도 이런 AI나 IT 서비스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갖고 있죠. 차별화해야 기업도 발전하고 누군가 ‘퍼스트 펭귄’이 돼야 그 업(業)도 바뀌는 것 아닐까요. AI를 통한 화재 동작 진단과 오프라인 직접 출동까지 가능한 토탈 업체로 화이어캅스가 가장 먼저 도전하고 고객안전을 위한 솔루션 구현에 힘쓰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 공정안전보고서상 공정안전관리(PSM)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근거한 정기점검 및 컨설팅까지 가능한 점도 어필했다. 그는 “화이어캅스는 전국망을 통해 일관적으로 보고하는 체계와 매뉴얼까지 제공하는 업체라 PSM, 위험물안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 가능한 강점이 있다”며 “고객사로선 굉장히 효율적으로 소방안전관리가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하이서울기업' 공동브랜드가 좋은 플랫폼 됐다

이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 서울시와 서울산업진흥원(SBA)으로부터 ‘하이서울기업’으로 인증받고 난 뒤 가장 도움이 됐던 부분은 타 분야 업체들과의 교류였다”고 했다.

그는 “우리 사업에 다른 분야 기술을 접목하면 어떤 가치와 효과가 있을지 많이 생각했다. 하이서울기업에 인증될 정도의 수준 있는 기업들과 만나 타 분야 적용 사례, 앞으로의 기술개발 방향을 알게 되고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IT나 AI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SBA가 지원하는 맞춤형 서비스와 자기계발 교육 지원도 도움이 된다고 평했다. 이 대표는 “하이서울기업이라는 공동브랜드가 좋은 플랫폼으로 작용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진출을 할 때도 하이서울기업 전람회 등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