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조국 통일’을 강조하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중국에 ‘군사적 모험주의’를 경고하면서 맞섰다. 지난해 내내 긴장을 이어갔던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새해 들어 더 팽팽해지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전날 신년 연설에서 “우리는 중국 당국이 상황을 오판하지 말고 군사적 모험주의의 내부 확장을 막도록 일깨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군은 양안의 의견 차이를 해결하는 옵션이 아니고 군사적 충돌은 경제 안정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양측은 공동으로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차이 총통은 친중 진영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홍콩 입법회 선거 등을 거론하며 홍콩의 인권과 언론 자유 문제를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주권을 굳게 지키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며 영토 주권과 국가 안보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CCTV 등을 통해 공개된 신년 연설에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양안 동포들의 공통된 염원”이라고 말했다. 또 “조국은 줄곧 홍콩과 마카오의 번영 및 안정을 걱정하고 있다”며 “전체 중화권 자녀들이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 중화민족의 아름다운 미래를 창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대만을 직접 언급한 것은 2019년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고 한 지 3년 만이다. 이후 그는 코로나19와 홍콩 등의 키워드를 앞세웠다. 이번에 다시 대만 통일을 제시한 것은 미국 등 서방 세력의 대만 독립 지원을 견제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통일 의지를 집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안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만 매체인 자유시보는 중국 군용기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에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민해방군 군용기 961대가 239일에 걸쳐 대만 ADIZ에서 비행했다. 이는 2019년의 두 배 규모다.

인민해방군은 “대만 국방부의 통계보다 훨씬 많은 군용기가 지난해 대만 ADIZ 상공을 비행했다”며 “대만군의 정찰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면 그들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