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은 3일 ‘신세계그룹 뉴스룸’을 통해 밝힌 신년사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은 3일 ‘신세계그룹 뉴스룸’을 통해 밝힌 신년사에서 "우리가 결국 도달해야 할 목표는 ‘제2의 월마트’도,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라며 이같이 밝혔다. 사진=신세계그룹
“세상에서 고객의 변화를 이기는 사업이란 없습니다. 2022년은 신세계그룹이 디지털로 온전하게 피보팅(pivoting·사업 방향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사진)은 3일 온라인 신년사를 통해 "우리가 결국 도달해야 할 목표는 ‘제2의 월마트’,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라며 이같이 밝혔다. 타사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게 아니라 ‘가보지 않은 길’에 도전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로의 온전한 피보팅만이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며 "온·오프라인 구별 없이 고객이 우리의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그룹의 유일한 명제이자 디지털 피보팅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피보팅이란 오프라인 역량과 자산을 축으로, 또 다른 축인 디지털 기반의 미래사업을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뜻한다. 농구에서 공을 잡은 선수가 상대 선수를 피하기 위해 한 발은 그대로 두고 다른 발을 움직여 방향을 전환하는 동작인 피보팅에서 비롯된 용어로 업의 본질은 유지하되 방향을 전환한다는 뜻을 담았다.

정 부회장은 디지털 피보팅을 위해 △고객 시공간 점유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 능력 확보를 제시했다.

우선 그는 ‘고객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일들이 디지털로 전이되고 있는 만큼 이제 우리가 고객이 있는 디지털 시공간으로 달려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고객의 온·오프라인 일상이 신세계에서 해결 가능한 이른바 ‘신세계 유니버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세계 생태계는 온·오프라인 연계,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바탕으로 오프라인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신세계그룹의 최대 강점인 오프라인 인프라가 디지털 역량과 하나돼 시너지를 창출하면 경쟁사들은 꿈도 꿀 수 없는 유일무이의 온·오프 완성형 유니버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세계그룹의 콘텐츠와 자산을 모두 연결해 고객에게 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룹사들 간 시너지를 당부했다. 정 부회장은 "계열사 간 역량을 연결할 때 비로소 '온라인도 잘하는 오프라인 회사'가 아닌 '오프라인도 잘 하는 온라인 회사'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시대의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역량을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외부 인재 등용 방침을 전했다. 외부 인재를 수혈하는 투자가 디지털 컬처 역량 확보의 출발점이란 게 그의 지론으로 알려져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 대해 "반드시 승리하는 한해를 만들자라는 목표를 달성한 이정표 같은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마트 부문은 사업의 본질적 구조를 바꾼 한해였다고 진단했다. 패션 온라인 쇼핑몰 W컨셉과 G마켓·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 그룹의 디지털 DNA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자평했다.

정 부회장은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샷은 100퍼센트 빗나간다”는 아이스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말을 인용해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원년을 위한 준비와 계획은 모두 끝났고, 이제는 실천이고 진정한 싸움의 시작"이라며 "불변의 진리인 고객을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심장으로 생각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