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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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100만원이 넘는 주식은 흔히 '황제주'로 불린다. 영광의 자리지만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했다. 주당 가격이 높다 보니 거래량이나 신규 투자 수요에 제약이 있었다. 삼성전자 등 한때의 황제주들이 액면분할로 몸집을 줄인 이유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금융당국이 하반기부터 국내 주식도 소수점 거래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부담을 덜었다. 어떤 종목들이 올해 새로 황제주에 등극할까.

올해 첫 증시 개장일인 3일 F&F는 직전 거래일 종가와 동일한9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12월 29일 장중 한때 99만8000원까지 올라 가장 강력한 황제주 후보로 꼽힌다.

F&F는 상장 이후 약 6개월 간 162.50% 치솟았다. 작년 5월 F&F홀딩스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 기존 패션산업 부문을 인적 분할해 신설 법인 F&F를 세운 뒤 상장시켰다. 국내외 패션 브랜드 라이선스의 지속적인 호실적이 예상되면서 주가가 힘을 받았다. F&F는 라이선스 브랜드 MLB, 디스커버리를 비롯해 자체 브랜드 듀베티카, 스트레치 엔젤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편하고 자유분방한 이른바 '스트리트 패션'을 표방한 MLB와 스트레치 엔젤스의 경우 댄스경연 프로그램 '스트리트우먼파이터' 인기 효과도 누리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작년 4분기 F&F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221억원, 1509억원으로 전망된다. 분할 전 실적을 감안하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1%, 109% 늘어난 수치다. 올해 중국법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고성장이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F&F의 중국 오프라인 점포 수가 올해 약 800개까지 늘어 작년보다 60% 확대될 것이라고 봤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F&F의 영업이익률을 28.6%로 추산하는데, 세계 최대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 25.8%보다 높은 수준이다.

증권사들은 일찌감치 F&F가 황제주에 등극할 것이라 예측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F&F에 대한 증권사 목표주가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지난 2일 기준 116만3636원이다. 1달 전(113만7500원)보다 소폭 올랐다.

F&F의 뒤는 작년 8월 한때 황제주 자리에 앉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1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코넥스를 합쳐 국내 상장된 2300여개 종목 중 현재 주가가 주당 100만원 넘는 건 LG생활건강, 태광산업 두 종목뿐이다.

지난해 황제주 자리에 올랐다 추락한 엔씨소프트나 문턱까지 갔던 삼성SDI도 증권사 컨센서스대로면 올해 황제주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는 2일 기준 100만원, 엔씨소프트는 102만9333원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