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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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3일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를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지지율 하락세 등 계속되는 위기 양상으로 인한 작심 발언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과거 대선을 여러 번 경험해봤는데, 후보는 선대위에서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하면 선거는 승리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선거운동을 해선 절대로 안 된다"며 "후보가 자기 의견이 있어도,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다면 절대 그런 말을 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이날 '6본부장 사퇴' 등 전면 쇄신도 단행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최근 한 달간 나타난 현상을 보면 윤 후보의 위기상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거를 두 닾 앞두고 선대위를 개편해 또 한 번의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런 혼란을 겪지 않으면 선거를 승리로 가져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경선 캠프에 새로 합류할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이제 앞으로 배우만 하겠다", "여러분이 알아서 잘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도 김 위원장은 윤 후보를 향해 "대선후보는 배우 역할만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분위기 전환을 강조한 이유는 윤 후보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열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연초 공표된 11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후보가 접전을 벌인 양상도 있었으나, 두 자릿수에 근접한 격차를 보인 조사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모든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앞섰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지난해 12월 5주 차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 40.9%, 윤 후보 39.2%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선 이 후보 41.0%, 윤 후보 37.1%였다. 엠브레인퍼블릭이 중앙일보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선 이 후보 39.4%, 윤 후보 29.9%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런 양상이 이 후보의 '골든크로스'가 아닌 윤 후보의 '데드크로스'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후보의 지지율 급락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 선대위가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연기' 주문은 여권의 즉각적인 비판을 초래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연기만 할 거면 윤 후보가 왜 필요하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후보 지지율에 적신호가 켜지자 김 위원장이 선대위 쇄신에 나섰다"면서 "'해준 대로만 연기해달라'는 부탁은 윤 후보의 텅 빈 역량을 자인한 발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선대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윤 후보 그 자체다"라며 "모자란 후보에게 연기를 시켜 선택받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 우롱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래 정책과 비전을 놓고 치열하게 논쟁을 펼쳐야 할 대선판에서 꼭두각시 쇼나 벌어질 것으로 생각하니 참담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사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미나/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