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팀장이 대선 과정에서 나온 보편적 기본소득제 주장에 우려를 밝혀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방홍기 한은 국제협력국 협력총괄팀장이다.

방 팀장은 ‘한은소식 2021년 12월호’에 ‘자본주의가 낳은 기본소득제, 자본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한은이 보수적 성향으로 정치적이거나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것을 꺼리는 만큼, 방 팀장은 기본소득제를 거론하면서 조심스럽게 논리를 전개했다.

그는 “20세기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저서에서 명시적으로 기본소득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취지의 제도를 기술하고 있다”며 “그는 모든 사람에 대한 절대적 경제 안정을 보장하는 것(보편적 기본소득제)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기본소득제가 상당한 재원을 요구한다는 점에 우려를 밝혔다. 방 팀장은 “자본주의의 분명한 한계로 불평등이 심해지는 만큼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기본소득제의 보편성이 확대될수록 커지는 재원을 조달하는 과정도 직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보편적 기본소득제 도입으로) 국가의 개입이 커지고, 기업과 같은 자본계층으로부터의 재원 조달 규모도 확대될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이 진행되면 우리 사회가 선택한 자본주의와는 사뭇 다른 세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 팀장은 보편적 기본소득보다는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책이 더 바람직하다는 뜻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취지는 좋아도 자본주의 유인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선택이 사회의 유인에 적잖은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계에선 방 팀장과 함께 한은이 대선 정국에서 이 같은 글을 과감하게 게재한 것을 평가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방 팀장에 앞서 경제학계도 같은 취지의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한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초 발간한 ‘기본소득 도입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다. 이들은 만 25세 이상 국민에게 연 36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려면 연간 145조원이 필요하다고 산출했다.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득세를 더 걷으면 1인당 근로소득세율이 24.4%로 2019년(6.8%)보다 17.6%포인트 올라간다고 봤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