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경영의 키워드로 ‘플랫폼’과 ‘본업 경쟁력 강화’를 내걸었다. 신생 메기였던 카카오뱅크가 지난해 주식시장 데뷔와 동시에 ‘금융 대장주’에 오르는 모습을 지켜본 이들은 “변화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빅테크(대형 IT 기업)와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감을 짙게 드러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3일 신년사에서 “자산·이익 규모에서의 큰 격차에도 리딩금융그룹인 KB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는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서의 KB의 가치를 증명해 나가자”고 했다.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기업금융·자산관리·자본시장 등 본원적 수익 기반을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한 이재근 국민은행장 역시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표방하며 “빅테크와의 플랫폼 경쟁에서 KB가 확실히 승기를 잡고 ‘금융 시가총액 1위’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금융사가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디지털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관행과 성공 방식이 오히려 혁신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일하는 문화의 대전환을 독려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온·오프라인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옴니채널 플랫폼’이 신한의 지향점”이라며 올해 개인뱅킹과 기업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결국은 멸종했던 ‘덩치만 큰 공룡’이 되지 않으려면 금융의 경계를 넘어 ‘디지털’과 ‘글로벌’로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빅테크가 갖지 못한 오프라인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며 “고객 중심의 대형 채널로 탈바꿈하고 사람이 꼭 필요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증권 부문 등 무게감 있는 비(非)은행 포트폴리오 확대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 특화한 플랫폼을 그룹 차원에서 구축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그는 “이제 디지털은 금융에서도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본업”이라며 글로벌 부문에서 디지털 기반의 신사업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은 “금융의 본질인 고객에 초점을 맞추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잘해온 사업 모델이라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