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달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담판에서 단호한 대응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지 사흘 만에 또다시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혹한 제재에 나서겠다는 등 단호한 입장을 밝혔고, 이에 푸틴 대통령도 미국 등 서방의 강력한 제재가 이뤄지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붕괴할 수 있다고 맞받아치는 등 양국 정상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인 바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신뢰 구축 조치와, 지난 2015년 체결된 민스크 평화협정 이행을 촉진하려는 적극적인 외교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고 사키 대변인은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에 우크라이나가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미국 측의 원칙도 강조했다.
앞서 지난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후 우크라이나의 내전이 악화하고,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이 높아지자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등 4개국 정상은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만나 협상에 착수해 2015년 돈바스 지역에서의 평화정착 방안을 담은 민스크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한 이날 통화에서 오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미·러 간 양자 전략안정화 대화를 시작으로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13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 러시아의 연쇄 협상에 대한 지지도 표명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통화에서 설전을 벌이면서도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한 긴장 해소를 위해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로 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유럽의 평화 유지를 위한 우크라이나와 미국·파트너 국가들의 공동 활동, 유럽의 갈등 심화 방지, 개혁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서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변함 없는 지지에 감사드린다"며 "새해 첫 외국 정상 대화 상대가 미국 대통령이었다.
양국 관계의 특별함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날 약 1시간 30분 동안 이루어진 젤렌스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는 지난달 9일 이후 약 한 달만이다.
당시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한 지 사흘 만에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은 3일(현지시간) 별도 보도문을 통해 젤렌스키-바이든 대통령 간 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분쟁 해결 과정에서 미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 반대' 원칙을 지지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군사공격할 경우 단호한 조처를 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양국 정상은 돈바스 지역 평화 정착을 위한 '민스크 협정'과 '노르망디 형식 회담'(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의 4자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해 우크라이나가 취하고 있는 조치들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공보실은 소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혁과 안정 강화 조치, 올리가르히(신흥 과두 재벌) 해체를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며칠 내로 '우크라이나-나토 위원회' 회의를 열자는 우크라이나 측의 제안을 지지했다고 공보실은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드미트리 코작 부실장이 3일 독일 총리 외교정책 보좌관 옌스 플로트너, 프랑스 대통령 외교 보좌관 에마뉘엘 본 등과 오는 6일 모스크바에서 회담할 것이라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 측의 제안으로 이루어지는 러시아, 독일, 프랑스 정상 보좌관 간 회담은 노르망디 형식 회담의 틀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