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율 하락과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이탈 등이 겹치며 촉발된 내홍이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던진 '선대위 전면 재편' 카드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선대위를 해체 수준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구상은 외견상으로 당장 윤 후보 지지율 하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그 근저에는 '윤석열-김종인-이준석' 3인방 간의 복잡한 헤게모니 다툼이 깔려 있다.
'선대위 대수술' 배경엔…윤석열-김종인-이준석 '파워게임'?
보수야권 대선판 여론을 주도하는 '트로이카'의 힘겨루기는 선대위 구성 단계부터 시작됐다는 게 야권 안팎의 공통된 관전평이다.

우선 정치 입문 6개월 차 정치 신인인 윤 후보를 '백전노장 킹메이커' 김 위원장과 '30대 당수' 이 대표가 뒷받침하는 구조는 이미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권교체라는 단일 목표를 향해 당장 한배를 탔지만, 상호 간에 정치적 신뢰를 쌓기에는 시간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여유가 없었다는 분석도 있다.

윤 후보가 정치 참여를 선언하고 입당해 대선후보로 선출되는 과정까지 채 반년이 걸리지 않은 데다가 경선캠프 때부터 함께 해온 '인의 장막'이 견고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선대위로 전열을 새로 갖추며 합류한 김 위원장이나 이 대표 측과는 끊임없는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다.

장기적으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을 염두에 둔 전초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견의 핵심은 결국 공천 주도권 다툼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가 윤 후보 주변 인사들에 대해 '파리떼' '하이에나'에 빗대며 유독 날선 반응을 보여온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된다.
'선대위 대수술' 배경엔…윤석열-김종인-이준석 '파워게임'?
결국 이번 '선대위 재편' 결과에 따라 이들의 역학관계도 새 국면을 맞을지 주목된다.

일단 선공은 김 위원장이 날린 셈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선대위 전면 개편 방침을 밝히면서 총괄본부를 만들어 윤 후보를 "직접 통제하겠다"라거나 "후보는 시키는 대로 연기만" 하라는 등 독한 발언을 쏟아냈다.

맥락상으로 그동안 윤 후보와 선대위가 취약한 모습을 보여온 일정·메시지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이나, 후보 주변 일각에서는 "후보가 아바타인가"라며 강한 반발도 나왔다.

윤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4일 통화에서 김 위원장 발언에 대해 "후보 리더십을 이렇게 뭉개놓을 수가 있나.

'너는 아무것도 아니니 정권교체 여론만 보고 가라'는 말 아니냐"며 '원팀'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했다.

캠프 대변인이었던 김용남 전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 나와 이번 사태를 '김종인 쿠데타'로 요약하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냈다.
'선대위 대수술' 배경엔…윤석열-김종인-이준석 '파워게임'?
'선대위 대수술' 배경엔…윤석열-김종인-이준석 '파워게임'?
이 대표는 당장 선대위를 떠났지만, '당내 주도권'을 내려놓을 분위기는 아니다.

한 야권 인사는 이를 두고 "청년층에 유독 취약한 윤 후보에게 이 대표는 그야말로 '계륵'과도 같은 존재다"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당대표로서의 '정통성'을 쉽게 무시할 수 없는데다가, 청년층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는 그의 발언은 메시지 파워가 상당하다는 점에서다.

이 후보의 선대위 이탈 이후 각종 여론조사상 20∼30대 청년층 세대 구간에서 상당한 낙폭이 관찰됐다.

이 대표 본인도 이런 자신의 강점을 지렛대로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다.

전날 의총에서 친윤계 의원들 중심으로 터져나온 퇴진 요구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농담'으로 응수하는 태도를 보인 게 전형적이다.

이 대표 측 인사는 "제1야당 당대표의 정치력을 '30대의 객기' 정도로 치부하며 우습게 여기는 그 자체가 기성 정치권의 오만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행동하고 있다"며 '기싸움'에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선대위 대수술' 배경엔…윤석열-김종인-이준석 '파워게임'?
이제 공은 윤 후보에게 넘어갔다.

전날 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함께한 참모진 회의에서는 김 위원장이나 이 대표를 배제하고 후보 중심의 선대위로 재편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랐다고 전해진다.

김 위원장의 '상왕 노릇'과 이 대표의 '내부 총질'이 주된 공격 포인트였다고 한다.

하지만 반복된 논쟁 끝에 윤 후보는 결정을 보류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당내 확고한 정치적 기반 없는 상황에서 윤핵관도 필요하지만, 김 위원장과 이 대표의 외연 확장 파워도 무시할 수 없다는 딜레마라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오전 광화문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어떤 결심을 하느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 대표는 '침묵 모드'에 들어갔다.

윤 후보의 입장 정리를 지켜보겠다는 태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