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상의 바이오 돋보기] 시험대 오른 레고켐 '빅딜'…체크해야할 4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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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켐바이오와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개발해 기술수출한 항체약물접합체(ADC)가 미국 임상 궤도에 올랐다. 지난해에만 3건의 기술수출을 하는 등 수천억 원 규모 계약을 여러 차례 성사시켜온 레고켐이지만, 2019년 이후 ‘빅딜’을 통해 기술수출한 물질이 실제 임상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레고켐의 기술력을 글로벌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진짜 검증대’가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할 4가지 포인트를 짚어본다.
1. 임상 1상 투약은 상반기부터… 마일스톤은 비공개
중국 시스톤파마슈티컬즈는 ROR1 표적 ADC ‘CS5001’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고 지난 3일(중국 시간) 발표했다. 레고켐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개발한 ADC가 바로 CS5001이다.
ADC는 항체약물접합체라는 이름처럼 항체와 약물,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링커(접합체)로 구성됐다. 종양을 공격하는 약물과 링커는 레고켐이, 종양을 표적하는 ROR1 항체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담당했다. 이 약물은 레고켐이 선수금 113억원,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3986억원, 총 계약금 4099억원으로 시스톤에 2020년 10월 기술이전했다.
시스톤은 올 상반기 중 환자 투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임상 1상에서 진행성 B세포 림프종 및 고형암에서 CS5001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및 예비 항종양 활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임상 1b·2상 등을 진행한 뒤 효과가 두드러지는 암종을 선택하고 미충족수요(unmet needs)를 반영하는 식으로 향후 적응증을 조율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 1상 시작에 따른 마일스톤도 레고켐과 에이비엘바이오에 지급된다. 마일스톤 금액과 분배 비율은 비공개다.
시스톤은 호주에도 CS5001의 임상을 신청했다. 중국에서도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2. 글로벌 상용화에 앞선 제3자 기술이전이 유력하다
레고켐은 제3자 기술이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레고켐은 기술이전 당시 시스톤에 한국을 제외한 세계 권리를 시스톤에 수출했으나, 시스톤은 아직 글로벌 상용화에 대한 역량을 검증받지 못한 회사다. 중국에서 허가받은 신약을 보유한 회사로, 중국 및 중화권 지역 상용화 등의 이력을 갖췄다.
레고켐 관계자는 “글로벌 상용화는 판권계약을 통해 제3자가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3자 기술이전에 따라 시스톤이 수령하는 금액도 분배해 지급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 경쟁약물 대비 임상 진도는 뒤쳐졌다
직접적인 경쟁약물은 벨로스바이오의 'VLS-101'과 NBE테라퓨틱스의 'NBE-002'다. 모두 ROR1 표적 ADC다. 벨로스는 2020년 미국 머크(MSD)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2813억원)에 인수됐다. NBE 또한 베링거인겔하임에 14억3000만 달러(1조 7063억원)에 인수됐다. 레고켐이 시스톤에 기술이전한 금액 4099억원과 비교하면 인수거래 대금 규모 격차가 매우 크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단계가 딜 규모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먼저 벨로스바이오는 비호지킨성림프종(NHL)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했다. 줄기세포 이식과 CAR-T, NK세포치료제를 포함한 평균 4회의 기존 치료법을 거치고도 암이 낫지 않는 환자들이었다.
2020년 미국 혈액학회(ASH)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NHL 환자 군에선 약물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외투세포림프종(MCL),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환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MCL 환자 15명 중 7명에게서 약물 반응이 나왔으며(ORR 47%), 약물에 반응한 7명 중 3명은 완전관해(CR), 나머지 4명은 부분관해(PR)였다. DLBCL 환자 5명 중엔 4명이 반응했다(ORR 80%). 이중 CR은 2명, PR은 2명이었다.
벨로스바이오는 삼중음성유방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도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NBE 또한 삼중음성유방암, 폐암, 난소암 등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ROR1을 표적하는 CAR-T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4. 유의미한 차별점이 있는지가 관건
경쟁약물 대비 레고켐이 강조하는 차별점은 링커와 약물(페이로드), 그리고 항체다. 먼저 항체로는 완전인간항체를 썼다. 그에 반해 벨로스와 NBE는 인간화항체를 사용했다. 항원 결합에 핵심적인 부분(CDR)만 마우스 유래로 남긴 인간화항체는 이론적으로 완전인간항체에 비해 면역원성이 높을 수 있다.
벨로스는 특허가 만료된 링커와 약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NBE는 기존 링커에 약물 부분만 신규 약물을 사용했다. 그에 반해 레고켐은 자체 개발한 새로운 링커와 약물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레고켐은 자사 링커 및 약물의 우수성을 강조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임상 결과”라며 “미국 임상 결과가 레고켐이 받아드는 첫 번째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레고켐의 기술력을 글로벌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진짜 검증대’가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할 4가지 포인트를 짚어본다.
1. 임상 1상 투약은 상반기부터… 마일스톤은 비공개
중국 시스톤파마슈티컬즈는 ROR1 표적 ADC ‘CS5001’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고 지난 3일(중국 시간) 발표했다. 레고켐과 에이비엘바이오가 공동개발한 ADC가 바로 CS5001이다.
ADC는 항체약물접합체라는 이름처럼 항체와 약물,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연결하는 링커(접합체)로 구성됐다. 종양을 공격하는 약물과 링커는 레고켐이, 종양을 표적하는 ROR1 항체는 에이비엘바이오가 담당했다. 이 약물은 레고켐이 선수금 113억원,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3986억원, 총 계약금 4099억원으로 시스톤에 2020년 10월 기술이전했다.
시스톤은 올 상반기 중 환자 투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임상 1상에서 진행성 B세포 림프종 및 고형암에서 CS5001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 및 예비 항종양 활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임상 1b·2상 등을 진행한 뒤 효과가 두드러지는 암종을 선택하고 미충족수요(unmet needs)를 반영하는 식으로 향후 적응증을 조율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 1상 시작에 따른 마일스톤도 레고켐과 에이비엘바이오에 지급된다. 마일스톤 금액과 분배 비율은 비공개다.
시스톤은 호주에도 CS5001의 임상을 신청했다. 중국에서도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2. 글로벌 상용화에 앞선 제3자 기술이전이 유력하다
레고켐은 제3자 기술이전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레고켐은 기술이전 당시 시스톤에 한국을 제외한 세계 권리를 시스톤에 수출했으나, 시스톤은 아직 글로벌 상용화에 대한 역량을 검증받지 못한 회사다. 중국에서 허가받은 신약을 보유한 회사로, 중국 및 중화권 지역 상용화 등의 이력을 갖췄다.
레고켐 관계자는 “글로벌 상용화는 판권계약을 통해 제3자가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3자 기술이전에 따라 시스톤이 수령하는 금액도 분배해 지급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 경쟁약물 대비 임상 진도는 뒤쳐졌다
직접적인 경쟁약물은 벨로스바이오의 'VLS-101'과 NBE테라퓨틱스의 'NBE-002'다. 모두 ROR1 표적 ADC다. 벨로스는 2020년 미국 머크(MSD)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2813억원)에 인수됐다. NBE 또한 베링거인겔하임에 14억3000만 달러(1조 7063억원)에 인수됐다. 레고켐이 시스톤에 기술이전한 금액 4099억원과 비교하면 인수거래 대금 규모 격차가 매우 크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단계가 딜 규모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한다. 먼저 벨로스바이오는 비호지킨성림프종(NHL)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했다. 줄기세포 이식과 CAR-T, NK세포치료제를 포함한 평균 4회의 기존 치료법을 거치고도 암이 낫지 않는 환자들이었다.
2020년 미국 혈액학회(ASH)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다른 NHL 환자 군에선 약물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외투세포림프종(MCL), 미만성거대B세포림프종(DLBCL) 환자에게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MCL 환자 15명 중 7명에게서 약물 반응이 나왔으며(ORR 47%), 약물에 반응한 7명 중 3명은 완전관해(CR), 나머지 4명은 부분관해(PR)였다. DLBCL 환자 5명 중엔 4명이 반응했다(ORR 80%). 이중 CR은 2명, PR은 2명이었다.
벨로스바이오는 삼중음성유방암 등 고형암을 대상으로도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NBE 또한 삼중음성유방암, 폐암, 난소암 등을 대상으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ROR1을 표적하는 CAR-T에 대한 연구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4. 유의미한 차별점이 있는지가 관건
경쟁약물 대비 레고켐이 강조하는 차별점은 링커와 약물(페이로드), 그리고 항체다. 먼저 항체로는 완전인간항체를 썼다. 그에 반해 벨로스와 NBE는 인간화항체를 사용했다. 항원 결합에 핵심적인 부분(CDR)만 마우스 유래로 남긴 인간화항체는 이론적으로 완전인간항체에 비해 면역원성이 높을 수 있다.
벨로스는 특허가 만료된 링커와 약물을 사용하고 있으며, NBE는 기존 링커에 약물 부분만 신규 약물을 사용했다. 그에 반해 레고켐은 자체 개발한 새로운 링커와 약물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투자업계 관계자는 “레고켐은 자사 링커 및 약물의 우수성을 강조하지만 진짜로 중요한 것은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확인할 수 있는 임상 결과”라며 “미국 임상 결과가 레고켐이 받아드는 첫 번째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