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회사, 기사에 구체적 지시 땐 처벌받을 수도
오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소속 사업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장에 관련돼 일하는 용역, 하도급 등 ‘종사자’에게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가 처벌받게 된다. 전통적인 형태의 근로자가 아니라 택배기사와 배달라이더도 사고 발생 시 택배회사와 플랫폼업체 사업주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택배기사는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 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류된다. 중대재해법이 보호하는 종사자에는 ‘도급·용역·위탁 등 계약 형식에 관계 없이 그 사업의 수행을 위해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가 포함된다. 고용노동부 해설서도 “택배기사도 종사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1차적으로 택배대리점은 택배기사와 직접 위탁계약을 맺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대리점주가 중대재해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소규모 대리점은 적용되지 않는다.

택배회사는 어떨까. 택배회사는 대리점과 배송 위탁계약을 체결할 뿐이므로 중대재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택배기사들에게 구체적인 관리나 지시를 하면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법이 종사자를 보호 대상으로 하는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직접적인 계약 유무는 경영책임자의 처벌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아닐 수 있다. 최근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대리점 소속 기사들이 자신들도 택배회사 소속 근로자라고 주장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원의 판단도 변수다.

또 택배회사가 운영하는 물류센터 내 집화 근로자에게 발생한 안전사고는 책임지게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배달라이더도 택배기사처럼 ‘종사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가 장소·장비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하는 경우 적용되는데, 라이더들은 특별한 시설 구비 없이 자가 오토바이 등을 이용해 배달하므로 법 적용 여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라이더는 배달의민족 같은 배달플랫폼 업체를 이용하는 경우와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와 위탁계약을 맺는 경우로 구분해야 한다. 배달플랫폼업체는 라이더 모집·계약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주문 중개자 역할만 하는 게 일반적이라 실질적인 지배·관리 책임이 없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

라이더와 계약을 체결한 배달대행업체는 적용될 수도 있어 전문가들은 “배달플랫폼보다 대행업체를 중심으로 중대재해법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최근 라이더를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중대재해법 해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