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노래방·PC방·유흥주점 1만3000곳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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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19개 업종 폐업·창업 건수 분석
고강도 방역에 직격탄
방판업체 2년새 5600곳 문 닫아
식당은 폐업 줄었지만
상당수 빚내 버티고 비용 탓에 미뤄
고강도 방역에 직격탄
방판업체 2년새 5600곳 문 닫아
식당은 폐업 줄었지만
상당수 빚내 버티고 비용 탓에 미뤄
경기 시흥에서 80석 규모의 PC방을 운영하던 박모씨(59)는 지난해 9월 폐업을 신청했다. 2019년 2억원을 들여 차린 매장은 개업 첫해만 해도 월매출이 2400만원을 넘었다. 2020년 초 코로나19가 터진 뒤 영업제한 등으로 타격을 받아 월매출은 5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인건비 임차료 전기료 등 고정비는 한 달에 900만원. 수개월간 매달 400만원의 적자를 떠안다가 폐업을 결심한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 5월부터 권리금 없이 가게를 내놨는데 매수 문의가 한 건도 없어 1000만원을 들여 가게를 철거했다”고 했다.
박씨의 사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당 기간 이어진 고강도 방역조치를 견디다 못해 ‘폐업 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주소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데이터’에서 자영업 관련 19개 업종(식품, 문화, 생활)의 폐업·창업 건수를 분석한 결과 2020~2021년 2년간 8개 업종의 폐업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2년(2018~2019년) 대비 29.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PC방, 단란·유흥주점 등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집합금지 등의 조치를 받은 업종이다. 2020년 6개월 넘게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방문판매업체는 2년 새 2만1000곳 중 5600곳이 폐업했다. 2018~2019년과 비교하면 폐업 건수가 75.6% 급증했다. 상당 기간 고위험시설로 분류됐던 노래방은 3만3400곳 중 3700곳이 사라졌고, PC방은 2만5600곳 중 7600곳이 문을 닫았다. 증가율은 각각 24.6%, 20.3%다.
방역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았던 일반음식점(술집 식당 등)과 제과영업점(카페 빵집 등)은 폐업 건수가 되레 7.5%, 10.4% 감소했다. 집합금지가 아니라 ‘9시 영업제한’ 등 비교적 느슨한 방역 조치를 받은 업종들이다. 배달과 포장 영업, 정부의 각종 현금성 지원을 통해 줄어든 매출을 일부 메운 것도 폐업을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코로나 2년…자영업 19개 업종 폐업 건수 분석
자영업자 주모씨(50)가 서울 방배동에서 운영하던 코인노래방 점포는 1년 넘게 공실인 상태다. 2020년 12월 문을 닫았지만 가게를 넘겨받을 새 주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만 해도 이 노래방의 월평균 매출은 1300만원에 달했다. 폐업 직전 매출은 150만원으로 줄었다. 심지어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기간(2020년 8월~2021년 1월)의 매출은 0원이었다. 그는 “2020년 5개월가량 집합금지 조치를 받고, 이후에는 오후 9~10시 이후 영업제한으로 밤에 손님을 못 받아 심각한 영업손실을 겪었다”며 “인건비 등 다른 고정비를 빼고 월세(230만원)만 내더라도 적자였다”고 했다.
화장품과 정수기 등을 파는 방문판매업체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5600곳이 폐업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2년(3193건)과 비교하면 폐업 건수가 75.6% 급증했다. 방역당국은 방문판매업을 “60세 이상 고령층 이용률이 높다”는 이유로 고위험시설로 분류해 왔다.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한두 달을 제외하고 줄곧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방문판매업체와 같이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클럽, 룸살롱 등 유흥주점과 단란주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기간 유흥주점 폐업은 1898건에서 2128건으로 12.1% 늘었다. 단란주점은 1155건에서 1332건으로 15.3% 증가했다.
이들 시설은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집합금지 대상이었다. 지난해 2월 잠시 풀렸다가 4월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된 11월 전까지는 줄곧 집합금지 조치를 받았다. 거리두기 2단계와 2.5단계 때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노래방은 3만3400곳 중 3700곳이 사라졌다. 폐업 건수는 24.6% 늘었다.
이들 시설은 창업시장도 악영향을 받아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았다. 2019년 2만 곳이던 전국 PC방(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2021년 1만7900곳으로 줄었다. 노래방은 3만2809곳에서 2만9682곳으로 감소했다. 경남 김해에서 단란주점을 하는 A씨(42)는 “2020년 말 가게를 내놨는데 새 주인이 들어오지 않아 지난해 11월 폐업했다”며 “집합금지를 받을 때는 한 달 매출이 0원이어서 생계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식당 카페 술집 등은 배달과 포장 영업 등을 통해 매출 손실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규모가 작은 식당에서는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통해 가까스로 폐업을 피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폐업 비용이 비싸고, 임대차계약 기간이 남아 실상은 폐업을 유예하는 것”이라는 자영업자도 많다. 서울 구로구에서 46㎡ 규모 초밥집을 운영하던 최모씨(40)는 7년째 운영하던 가게를 지난달 내놨다. 2018년 1000만원이던 월매출이 코로나가 터진 2020년 400만원으로 줄더니 지난해 250만원까지 쪼그라들면서다. 그는 “최근 다섯 달 동안은 월세 150만원을 낼 형편조차 안 됐다”며 “코로나 사태 2년 동안 9000만원을 대출받고 적금까지 깨가며 버텼지만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
인건비 임차료 전기료 등 고정비는 한 달에 900만원. 수개월간 매달 400만원의 적자를 떠안다가 폐업을 결심한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 5월부터 권리금 없이 가게를 내놨는데 매수 문의가 한 건도 없어 1000만원을 들여 가게를 철거했다”고 했다.
박씨의 사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당 기간 이어진 고강도 방역조치를 견디다 못해 ‘폐업 절벽’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주소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데이터’에서 자영업 관련 19개 업종(식품, 문화, 생활)의 폐업·창업 건수를 분석한 결과 2020~2021년 2년간 8개 업종의 폐업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2년(2018~2019년) 대비 29.4%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PC방, 단란·유흥주점 등 “코로나19 감염 확산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집합금지 등의 조치를 받은 업종이다. 2020년 6개월 넘게 집합금지 조치를 받은 방문판매업체는 2년 새 2만1000곳 중 5600곳이 폐업했다. 2018~2019년과 비교하면 폐업 건수가 75.6% 급증했다. 상당 기간 고위험시설로 분류됐던 노래방은 3만3400곳 중 3700곳이 사라졌고, PC방은 2만5600곳 중 7600곳이 문을 닫았다. 증가율은 각각 24.6%, 20.3%다.
방역규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았던 일반음식점(술집 식당 등)과 제과영업점(카페 빵집 등)은 폐업 건수가 되레 7.5%, 10.4% 감소했다. 집합금지가 아니라 ‘9시 영업제한’ 등 비교적 느슨한 방역 조치를 받은 업종들이다. 배달과 포장 영업, 정부의 각종 현금성 지원을 통해 줄어든 매출을 일부 메운 것도 폐업을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2년…자영업 19개 업종 폐업 건수 분석
노래방·PC방·주점 1만3000곳 사라져
자영업자 주모씨(50)가 서울 방배동에서 운영하던 코인노래방 점포는 1년 넘게 공실인 상태다. 2020년 12월 문을 닫았지만 가게를 넘겨받을 새 주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만 해도 이 노래방의 월평균 매출은 1300만원에 달했다. 폐업 직전 매출은 150만원으로 줄었다. 심지어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기간(2020년 8월~2021년 1월)의 매출은 0원이었다. 그는 “2020년 5개월가량 집합금지 조치를 받고, 이후에는 오후 9~10시 이후 영업제한으로 밤에 손님을 못 받아 심각한 영업손실을 겪었다”며 “인건비 등 다른 고정비를 빼고 월세(230만원)만 내더라도 적자였다”고 했다.
집합금지 받은 곳 폐업 급증
코로나 사태를 겪은 2년 동안 폐업이 급증한 업종은 대부분 고강도 방역 조치가 내려진 분야다.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져 강제로 영업을 중단해야 했던 방문판매업체, 유흥주점, 노래방, PC방 등에서 폐업이 두드러졌다.화장품과 정수기 등을 파는 방문판매업체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5600곳이 폐업했다. 코로나19 확산 전 2년(3193건)과 비교하면 폐업 건수가 75.6% 급증했다. 방역당국은 방문판매업을 “60세 이상 고령층 이용률이 높다”는 이유로 고위험시설로 분류해 왔다.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한두 달을 제외하고 줄곧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방문판매업체와 같이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클럽, 룸살롱 등 유흥주점과 단란주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같은 기간 유흥주점 폐업은 1898건에서 2128건으로 12.1% 늘었다. 단란주점은 1155건에서 1332건으로 15.3% 증가했다.
이들 시설은 코로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부터 집합금지 대상이었다. 지난해 2월 잠시 풀렸다가 4월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된 11월 전까지는 줄곧 집합금지 조치를 받았다. 거리두기 2단계와 2.5단계 때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진 노래방은 3만3400곳 중 3700곳이 사라졌다. 폐업 건수는 24.6% 늘었다.
이들 시설은 창업시장도 악영향을 받아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았다. 2019년 2만 곳이던 전국 PC방(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은 2021년 1만7900곳으로 줄었다. 노래방은 3만2809곳에서 2만9682곳으로 감소했다. 경남 김해에서 단란주점을 하는 A씨(42)는 “2020년 말 가게를 내놨는데 새 주인이 들어오지 않아 지난해 11월 폐업했다”며 “집합금지를 받을 때는 한 달 매출이 0원이어서 생계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식당은 폐업 줄어
일반음식점(술집 식당 등)과 제과영업점(카페 빵집 등)은 폐업이 각각 7.5%, 10.4% 줄었다. 집단급식소(-3.7%) 미용실(-1.6%) 등도 폐업이 줄어든 업종이다. 이들 대부분은 집합금지가 아니라 오후 9~10시 이후 영업제한 등 비교적 느슨한 방역 조치를 받았다.식당 카페 술집 등은 배달과 포장 영업 등을 통해 매출 손실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었다. 규모가 작은 식당에서는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통해 가까스로 폐업을 피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폐업 비용이 비싸고, 임대차계약 기간이 남아 실상은 폐업을 유예하는 것”이라는 자영업자도 많다. 서울 구로구에서 46㎡ 규모 초밥집을 운영하던 최모씨(40)는 7년째 운영하던 가게를 지난달 내놨다. 2018년 1000만원이던 월매출이 코로나가 터진 2020년 400만원으로 줄더니 지난해 250만원까지 쪼그라들면서다. 그는 “최근 다섯 달 동안은 월세 150만원을 낼 형편조차 안 됐다”며 “코로나 사태 2년 동안 9000만원을 대출받고 적금까지 깨가며 버텼지만 이제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했다.
지원금 차등 지급해야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금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토로했다. “손실액에 비해 지원 규모가 적다거나 지급 대상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게 주된 이유다. 경기 평택에서 샤부샤부집을 운영하는 서건국 씨(36)는 “얼마 전 손실보상금으로 195만원을 받았는데 월세만 200만원이라 손실을 메우기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전남에서 수제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2019년은 창업 초기라 매출이 적을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 매출이 2019년 대비 늘었다는 이유로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탈락했다”며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