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KIC 사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10대 국부펀드 도약을 위해 투자 방식과 조직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진승호 KIC 사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10대 국부펀드 도약을 위해 투자 방식과 조직 모두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언 기자
마켓인사이트 1월4일 오후4시30분

“한국투자공사(KIC)가 10대 국부펀드로 도약하려면 ‘돈버는 조직’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합니다.”

진승호 KIC 사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 결정 시스템과 운용 전문성, 투자 대상 등 모든 부문의 체질을 개선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진 사장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C는 운용 역량을 키우는 한편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도 확 바꾸기로 했다. 채권 비중을 지금보다 줄이고 대신 벤처투자·사모주식 등 대체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10대 국부펀드로 도약하겠다

2005년 설립된 KIC는 한국의 국부펀드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보유한 외화의 일부를 위탁받아 해외에 모두 투자한다. 지금까지 1151억달러(약 137조2000억원)를 받아 860억달러 정도 수익을 냈다. 지난해 실적은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8%가 넘는 수익을 내면서 운용자산이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운용자산은 2010억달러 정도다.

하지만 진 사장은 운용 자산 기준으로 14위 정도인 KIC가 덩치를 키워 글로벌 큰손들과 경쟁하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GPFG가 1조3392억달러의 운용자산으로 1위에 올라 있으며 중국투자공사(CIG·1조2223억달러) 쿠웨이트(KIA·6929억달러) 등의 순이다. KIC는 13위인 아랍에미리트(MIC·2430억달러)와 15위인 러시아(NWF·1833억달러) 사이에 있다.

진 사장은 “사람 인생으로 따지면 KIC는 현재 고등학생 정도”라며 “뼈가 굵어지고 근육이 붙는 등 체격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진 사장은 “일단 의사결정 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의사결정 속도도 높일 것”이라며 “지난달 말 주식운용실을 주식운용전략실과 글로벌주식운용실로 분리하고, 사모주식투자실에 성장투자팀을 신설하는 내용의 대대적 조직 개편을 했다”고 말했다. 운용역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그는 “올해엔 공공기관의 인건비 제약을 해결하기 위해 운용 성과와 연계한 업적급 제도를 개선해 민간 전문가를 더 영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ESG 투자 늘린다

진 사장은 투자 전략에도 변화를 주기로 했다. 그는 “올해 채권은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고 주식은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현재 38%인 채권 투자 비중을 올해 35% 정도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대신 현재 16%가량인 대체투자 비중을 3년 뒤인 2025년까지 25%로 높일 계획이다. 기존 목표는 2027년까지 높이는 것이었는데, 이를 2년 앞당겼다.

진 사장은 “지난해 중장기 계획을 좀 더 과감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변경한 것”이라며 “당장 올해 110억달러를 대체투자 자금으로 작년에 잡아놨는데, 이보다 훨씬 더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진 사장은 이와 함께 주식 비중도 확대하기로 했다.

대체투자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정보보안 헬스케어 등 테크 분야의 사모주식과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KIC는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열었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교육 등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통신 인프라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대체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지역별로 가장 주목하는 곳은 미국이다. 진 사장은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경제 확장 국면 지속 여부에 달려 있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는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현재 KIC는 미국 주식에 60% 이상 투자하고 있다. 유럽 비중은 20%, 신흥국 비중은 9%가량이다. 진 사장은 “올해도 이 같은 비중은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금 운용 규모 확대도 추진

KIC는 대체투자와 직접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선 해외 지사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해외 투자 건 확보나 실사가 어려워지면서 상당수 국내 연기금들이 해외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다. KIC가 그런 가운데에서 선방할 수 있던 것은 해외 지사·사무소의 역량 덕택이라는 평가다.

진 사장은 “19명이 나가 있는 뉴욕지사를 비롯해 런던(13명) 싱가포르(5명) 지사는 현재보다 1.5배가량 더 인원을 보강하고, 지난해 취임 후 설립한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는 지난 조직개편 때 뉴욕지사로부터 독립시켰다”며 “주재원과 현지인력까지 포함해 총 43명인 해외 사무소 인력을 올해 65명까지 확충할 것”이라고 했다.

KIC는 기금 운용 규모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진 사장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로부터 위탁 자산을 더 늘리는 걸 협의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말 현재 기재부로부터는 851억달러, 한은으로부터는 300억달러의 위탁을 받고 있는데, 올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위탁자산은 확실히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김종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