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불평등을 갈아엎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오는 15일 예고한 소위 ‘민중총궐기대회’의 슬로건이다.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진보 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민중공동행동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노동·정치 이슈를 부각하기 위해 강도 높은 투쟁을 할 계획이다.

이들의 요구 사항은 △주택·의료·교육·돌봄 등 공공성 강화를 통한 평등사회로의 체제 전환 △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연합군사연습 영구 중단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도입 중단 등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민주노총은 이번에도 사드 도입 중단, 국가보안법 폐지 같은 정치색 짙은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과연 노동자의 권리 향상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중공동행동엔 민주노총 외에도 정치색 짙은 시민단체가 다수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으로선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는 마당에 이런 요구사항이 포함된 게 이상한 일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잇따른 민주노총 전·현직 위원장의 발언들은 ‘도를 넘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한상균 전 위원장이 지난 3일 민주노총 시무식에서 “불평등을 끝장내는 건 조세정의를 세우는 데서 시작한다”며 “부자들의 곳간을 털지 않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누가 해결할 수 있단 말이냐”고 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좌우 이념 대결을 일부러 자극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양경수 현 위원장 역시 신년사에서 “정권 교체를 넘어 체제 교체의 요구를 전면화해 자주·평등 세상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이런 뜬금없는 강성 발언을 연초부터 터뜨린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최근 민주노총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제1 노총’ 지위를 3년 만에 내준 위기감이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침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목소리를 키워 세를 불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대변혁의 시대’다. 이런 강성 움직임에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동조할지 의문이다. 민주노총이 전체 노동자를 위한 목소리를 내기보다 투쟁과 총파업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오죽하면 ‘민폐노총’ 조롱이 어색하지 않을 지경이 됐겠는가.

민주노총이 진정으로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아 세를 불리고 싶다면, 철 지난 정치투쟁에 골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움직임은 스스로 조직의 생명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와 다를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