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연단에 올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4일(현지시간) 미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연단에 올라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미래 로보틱스 비전을 4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로보틱스 기술 기반으로 궁극적인 '이동의 자유'를 실현하겠다는 게 골자다.

현대차가 강조하는 '로보틱스'는 로봇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를 이동성이 부여된 모든 사물, 나아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매개체이자 신개념 모빌리티로 새롭게 정의했다.

현대차는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서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 주제로 발표회를 열었다. 현대차는 △사용자의 이동 경험이 혁신적으로 확장되는 '메타모빌리티' △사물에 이동성이 부여된 '모빌리티 오브 싱스(MoT)' 생태계 △인간을 위한 '지능형 로봇' 등의 비전을 발표했다.

현실-가상 구분 사라진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모빌리티'

메타모빌리티는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메타버스'와 '로보틱스'가 결합된 개념이다.

현대차는 미래에는 온라인에 구축된 기존 가상공간 개념을 넘어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사라진 새로운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상공간에만 머물던 사용자 경험이 스마트 기기를 통해 현실과 연결되면 가상과 현실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궁극의 이동 경험을 할 수 있는 '메타모빌리티' 세상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모빌리티가 메타버스 플랫폼에 접속하는 '스마트 디바이스'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나 UAM 안에 구현되는 가상공간은 3차원(3D) 게임 플랫폼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되기도 하고 업무를 위한 회의실이 되기도 할 것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사물에 이동성 부여해 'MoT' 생태계 구축

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집약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사진=현대차
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집약된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로보틱스 기술을 적용해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하는 'MoT'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플러그 앤 드라이브 모듈(PnD 모듈)', '드라이브 앤 리프트 모듈(DnL 모듈)' 등을 선보였다.

CES 2022에서 최초 공개된 'PnD 모듈'은 인휠(in-wheel)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및 환경인지 센서를 하나로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다. 라이다와 카메라 센서를 바탕으로 조향, 주행, 제동이 가능하다. 360도 연속 회전 등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며 어떤 사물에든 부착해 이동성을 부여할 수 있다. 범위 제한도 없다. 크기와 개수를 자유자재로 조절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현대차는 PnD 모듈이 '라스트 마일' 실현을 위한 다목적차량(PBV) 형태의 퍼스널 모빌리티, 물류 운송을 위한 로지스틱스 모빌리티 등 일상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 DnL 모듈이 적용된 신개념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의 실물도 공개했다.

DnL 모듈은 각 휠에 장착된 모터가 몸체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돼 원하는 기울기를 확보할 수 있다. 각 휠은 독립적으로 기능한다. 현대차가 지난달 공개한 '모베드'는 납작한 직육면체 형태의 몸체에 DnL 모듈 기반의 네 개의 바퀴가 달린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첨단 로보틱스 기술이 적용됐다. 모베드는 요철, 계단, 경사로 등에서 몸체를 수평으로 유지하며 휠베이스와 조향각을 자유롭게 조절한다.

현대차는 PnD 모듈, DnL 모듈과 같은 창의적 로보틱스 기술이 MoT 생태계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체 한계 극복하는 '지능형 로봇'

아틀라스. 사진=현대차
아틀라스. 사진=현대차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로보틱스 기술도 선보였다. 지난해 인수를 마무리한 미국 로봇전문 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서비스 로봇 '스팟'과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 물류형 로봇 '스트레치'가 대표적이다. 모두 인간 편의를 위해 다양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스팟은 자연재해 지역 등 인간이 접근하기 힘든 곳에 투입된다. 아틀라스는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움직임을 갖춰 고도화된 동작 수행이 가능하고, 스트레치는 신속한 물류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벡스와 같은 웨어러블 로봇 개발도 진행한다. 웨어러블 로봇은 인간의 신체 능력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인간의 신체에 직접 적용되는 것으로 기술이 보편화하면 휠체어, 보행 보조기구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무거운 물체도 쉽게 들어올릴 수 있어 산업 현장에 적용된다면 업무 효율과 생산성도 크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로봇이 더 많은 분야와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할 방침이다. 가령 우주 공간에서의 역할 수행 방안도 모색 중이다.

정의선 회장은 "로보틱스를 기반으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메타모빌리티'로 확장할 것이며 이를 위해 한계 없는 도전을 이어가겠다"면서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이 인류의 무한한 이동과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번 CES 기간 약 372평 규모 공간을 마련해 그룹의 미래 로보틱스 비전에 대한 각종 전시물을 선보인다. PnD 모듈을 기반으로 하는 4종의 콘셉트 모델과 소형 모빌리티 플랫폼 모베드 등이 전시된다. 스팟, 아틀라스 등 로봇 2종도 관람객을 맞는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