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했습니다. 전날의 좋은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아래는 한국경제TV ‘한경 글로벌마켓’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입니다.

▶미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퍼지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는데요, 그런데도 월가에선 낙관적인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시 시중에 풀린 돈이 많고, 그 중에서 가계 순자산이 워낙 많이 늘었다는 게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힙니다.

미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4분기 기준 미 가계 순자산은 약 110조달러였습니다. 작년 3분기엔 137조달러로 27조달러나 급증했습니다. 특히 최상위 1%와 하위 50%의 자산이 각각 29.8%, 74.0%로 가장 많이 늘었습니다.

증시 활황으로 자산이 늘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 이렇게 불어난 자산이 다시 시장에 투입되면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JP모간이 좀 전에 보고서를 냈는데요, 증시를 떠받치는 긍정적인 촉매들이 아직 다 소진되지 않았다는 게 골자입니다.

미슬라프 마테이카 JP모간 전략가는 “중앙은행들의 긴축 전환과 중국 경기 둔화, 팬데믹 방역 규제 등은 구체화되지 않았거나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상반기 중 정점을 지날 것이기 때문에 Fed가 공격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바뀔 것 같지 않다고 했습니다. 기업 실적도 작년처럼 꾸준히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봤습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최근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만 기술주 실적이 주춤해지면 증시 전체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미 증시에 대한 강세 전망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파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와 블랙록은 올해 증시가 작년보다는 덜하겠지만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톰 하인런 US뱅크자산운용 전략가는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고 기업 이익이 좋기 때문에 향후 1년간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며 “최소한 상반기는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투자자문사인 트루이스트가 분석한 내용도 흥미롭습니다. 1950년 이후 S&P500지수가 25% 이상 뛰었을 경우 이듬해 증시는 82%의 확률로 상승했다는 겁니다. 평균 상승률은 14%였습니다. 작년 S&P500지수는 27% 올랐습니다.

▶작년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인데, 올 들어서도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습니다. Fed의 조기 금리인상론이 대두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그런데 골드만삭스가 이런 물가상승기 투자법을 제시했다면서요?


핵심은 임금 상승의 영향을 덜 받고, 금리 인상에도 이익률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라는 겁니다. 인플레이션 시기엔 인건비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란 겁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전략가는 “높은 성장률과 마진을 확보하고 있고, 동시에 임금 인플레이션 노출이 낮은 기업을 고르라”고 소개했습니다.

코스틴 전략가는 올해 부품 및 물류난이 이어지고 경기까지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상당수 기업의 이익이 많이 늘지 못할 것으로 봤는데요, S&P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이익률은 작년 대비 0.4%포인트 증가한 12.6%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꼽은 인건비 비중이 낮은 기업들 리스트. CNBC 제공
골드만삭스가 꼽은 인건비 비중이 낮은 기업들 리스트. CNBC 제공
골드만삭스가 꼽은 고성장 및 고마진 기업들 리스트. CNBC 제공
골드만삭스가 꼽은 고성장 및 고마진 기업들 리스트. CNBC 제공
인건비 비중이 낮은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의약품 유통업체인 아메리소스버진과 매케슨이 우선 꼽혔습니다. 의류업체 언더아머와 로스스토어, 반도체 제조업체인 웨스턴 디지털, 스카이웍스 솔루션 등도 인건비 비중이 낮았습니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인건비 비중은 매출 대비 2%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S&P500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평균 인건비 비중은 매출 대비 13%에 달했습니다.

매출 성장률과 마진율이 좋아 골드만삭스가 적극 추천한 종목으로는 반도체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마벨 테크놀로지, 유니버설 디스플레이 등이 이름으로 올렸습니다.

▶올해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 다양한 시각들이 있는데요, 파이낸셜타임스가 올해 세계 경제를 움직일 10가지 변수를 꼽았다면서요?


투자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요인을 제시했는데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들입니다.

우선 출산율 감소입니다. 팬데믹 기간에도 중국 등 상당수 국가의 출산율이 더 떨어졌고,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를 낳았습니다. 노동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2000년 17개국이었는데, 지금은 51개국이나 됩니다. 세계 인력난을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중국 성장 둔화가 두번째로 꼽혔습니다.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하는데, 팬데믹 직전엔 3분의 1에 달했습니다. 중국은 또 무역 대신 내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장 엔진이 정점을 지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부채의 늪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급증세이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GDP 대비 부채율이 300%를 넘는 국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을 포함해 25개국이나 됩니다. 부채에 중독된 사회는 빚을 줄이는 게 어렵습니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도 주시해야 합니다.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려면 구리나 알루미늄과 같은, 상대적으로 환경 친화적인 금속에 대한 수요를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친환경을 중시하는 ‘녹색 정치’는 모든 종류의 원자재 공급을 줄입니다. 신규 광산 등에 대한 투자는 지난 5년여간 급감했습니다. 작년 대다수 원자재 가격이 1973년 이후 가장 많이 뛰었던 배경입니다.

이밖에 디플레이션 가능성, 재택근무 속 생산성 하락, 암호화폐 등의 거품 붕괴 징후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적시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