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진=뉴스1
오스템임플란트 본사. 사진=뉴스1
국내 1위 임플란트 업체인 오스템임플란트가 횡령 사건에 휘말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도 커질 전망이다. 개별 종목은 물론이고 지수연동형 펀드 상품인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한 투자자들도 해당된다. 장점으로 언급돼 온 ETF의 '분산투자'라는 특성이 이번에는 단점으로 부각된 셈이다.

5일 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의료기기' ETF는 오스템임플란트를 전일 기준 7.09%의 비중으로 담고 있다. 이 상품은 의료장비에 집중 투자하는 유일한 ETF다. 자산구성내역(PDF)을 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씨젠(10.05%)과 에스디바이오센서(9.17%) 다음으로 편입 비중이 높다. 생명기술 종목을 담는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도 오스템임플란트의 비중이 3.81% 수준이다.

'TIGER 의료기기'와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에 유입된 투자자들의 자금 총액은 214억원 규모다. 'TIGER 의료기기'의 경우 횡령 사실을 공시한 3일부터 이틀간 개인은 4277만원가량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4316만원가량 순매수하며 그 물량을 받아냈다. 'TIGER 코스닥150바이오테크'도 거래대금 자체는 적지만 개인이 219만원 순매도, 기관이 40만원 순매수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상장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횡령 사건에 연루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이다. 회사는 앞서 지난 3일 횡령·배임 혐의 확인사실을 코스닥시장에 공시하고 횡령액 1880억원이 회사 자기자본의 91.81%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번 횡령 건이 자금관리 직원 한 명의 단독 소행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해당 직원이 여러 계좌로 돈을 분산 송금한 정황을 잡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론 내릴 때까지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권매매 거래를 중단한 상태다.

초유의 횡령 사태가 ETF 시장에도 느닷없는 복병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ETF는 특정지수를 모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산출된 가격을 상장시킴으로써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10개 이상의 종목에 소액으로 분산 투자할 수 있어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주식'과 비교해 안전성이 높은 편이다. 다만 이런 장점은 특정 종목이 재무악화를 겪을 경우 그 종목을 편입한 ETF들이 연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

오스템임플란트 사태에 ETF 상품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것은 유동성공급자(LP)들의 거래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LP 역할을 하는 증권사들은 매도호가와 매수호가의 간격이 크게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의무를 받는다. 스프레드 비율이 1%를 넘기면 매도·매수 양측의 호가당 100주 이상 주문을 제출하는 식이다. 하지만 특정 편입종목이 거래 정지될 경우 LP들은 ETF 상품의 내재가치를 알기 힘든 만큼 적정 호가를 제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ETF 시장가격과 주당 순자산가치(iNAV)의 간격을 뜻하는 '괴리율'이 높아질 우려가 있는 것이다.

ETF를 발행한 운용사들 입장에서도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비중있게 담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상품 2종의 추종지수는 'FnGuide 의료기기 지수'와 '코스닥150 생명기술 지수'다. 이들 지수 구성이 바뀌어야 포트폴리오 내 종목 삭제나 비중 변경이 가능한 구조다.

한 자산운용사 준법감시인은 "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에 응하게 될 경우 남아있는 고객들이 오스템임플란트 여파를 떠안는 등 수익자간 차별이 발생할 수 있어 실질적으로 환매 조치는 불가할 것"이라며 "또 운용사들은 ETF 투자설명서에서 이미 특정 종목의 영업환경과 재무상황 등 악화에 따라 가격 변동에 따른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투자 위험으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로서는 당장 손실이 나더라도 보전을 하기 힘든 상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