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무기체계 개발 일환일 가능성도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 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이라는 공언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올해 한반도 정세가 대화보다는 대립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5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올 들어 첫 무력 시위로, 지난해 10월19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한 이후 78일 만이다.
작년 1월 당 대회에서 국방력 강화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천명한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새 무기체계 개발의 일환일 가능성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장거리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신형 SLBM 등을 시험 발사했다. 김정은은 신년사를 대체해 1일 공개한 당 전원회의 보고서에서도 국방력 강화의 의지를 천명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국방 부문의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며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정세의 흐름은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 없이 더욱 힘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현재 동계훈련을 진행 중인 만큼, 훈련의 일환으로 발사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2월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한 달 앞두고 진행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초 북한이 우방인 중국의 '잔치'에 재를 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대외 환경과는 별개로 계획표대로 국방력 강화에 '올인'(다걸기)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확인해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한반도의 안정'을 강조해 온 중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진행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평소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결의 위반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무력 시위로 지난해부터 남측에 줄기차게 요구해 온 '이중잣대 철회'를 관철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정당한 국방력 강화를 위한 미사일 발사만 '도발'이나 '위협'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중잣대'라고 주장해 왔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결의로 금지된 만큼, 이를 문제 삼지 말라는 것은 대북제재를 무시하라는 뜻이다. 또 미사일 발사로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 등으로 외부 물자를 들여오지 못해 경제난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를 통해 외부의 적을 상기시켜 주민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