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보다 국내 증시 강세 예상…말랑말랑한 기업에 기회 있다"
“지난해 초 시장을 전망할 때는 ‘주식이 비싼 것 같으니 레버리지를 쓰지 마라’고 조언했습니다. 올해는 다릅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이 국내 주식시장 강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합니다.”

안정환 BNK자산운용 부사장(CIO·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부사장은 여의도 증권가에서 ‘심폐소생사’로 불린다. 다니는 회사마다 펀드 수익률이 급등한 데서 나온 별명이다.

안 부사장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800~3400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3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증시가 조정받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미국의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하고, 중국 정부가 공격적인 경기부양에 나서면 국내 증시가 상승 흐름을 탈 것”으로 전망했다.

안 부사장은 올해 시장을 주도할 업종으로 반도체와 자동차를 꼽았다. “지난해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으로 생산 차질을 겪었지만, 올해 공급망 차질 완화에 힘입어 강세를 보일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특히 자동차 업종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선진국 시장 점유율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7~8%에서 현재 9~11%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높아진 점유율이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별히 주목하는 기업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안 부사장은 “말랑말랑한 기업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가상자산을 활용해 ‘P2E(play to earn)’라는 새로운 게임 시스템을 개척한 위메이드처럼 창의적이고 확장성 있는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며 “올해도 분명 그런 말랑말랑한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 부사장은 올해는 미국 증시보다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올해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폭은 최근 2년과 비교해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밸류에이션도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국내 증시는 연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이 회복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 안정세 등이 뒷받침되면 상대적 강세 흐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지수가 조정받을 때마다 주식 비중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안 부사장은 올해 자산배분 전략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 국면에서 채권의 매력은 크지 않다”며 “주식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금을 조금씩 사두는 것도 좋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금리가 급등할 수 있고, 오미크론 이후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