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 윤석열'과 내내 마찰…'킹메이커' 김종인, 33일만에 씁쓸한 퇴장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사진)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마찰 끝에 대선판에서 씁쓸히 퇴장했다. 선대위에 전격 합류한 지 33일 만이다. ‘김종인표 개혁’을 목표로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전권을 쥐려 했지만 이를 쿠데타로 받아들인 윤 후보는 김 위원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김 위원장은 5일 선대위 해촉 소식이 알려진 뒤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는 비전이 보이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렇게 헤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면 개편하지 않고선 선거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자고 한 것”이라며 “윤 후보 주변 인사들은 쿠데타니 뭐니 하는데, 내가 무슨 목적을 위해 쿠데타를 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가) 그 정도 정치적 판단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더 이상 나와 뜻을 같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대위 재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절대 안 일어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데는 그의 독자적인 선대위 혁신안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와 측근들은 ‘6본부장 총사퇴’ 등 김 위원장의 독단적 선대위 쇄신안 발표를 ‘쿠데타’로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는 “선대위가 해주는 대로 연기만 잘해달라”고 한 김 위원장의 발언에도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과거만큼 이슈 선점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나 윤 후보 측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을 원활히 해결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윤 후보와 김 위원장 간 결별이 어느 정도 예고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의도 차르’로 불릴 만큼 전권을 행사하길 원하는 김 위원장과 ‘보스’ 성향이 강한 윤 후보가 맞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은 2012년 18대 대선에서 ‘킹메이커’로서 당시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렇게 전권을 쥐는 방식으로 선거 후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과 마찰을 빚으며 야인으로 돌아갔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선대위원장으로서 민주당의 승리를 가져왔지만 당시 친문(친문재인) 의원들과의 갈등으로 의원직까지 던지며 탈당했다.

이번에도 ‘원톱’으로 전권을 쥐려는 김 위원장이 윤 후보 및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과 정면충돌하면서 ‘중도 하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김 위원장에게 거의 전권을 몰아줬던 박근혜 당시 후보나 공천권을 일임한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와 달리 윤 후보 측근들의 견제로 인해 예상보다 빨리 선거판에서 퇴장하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권성동 사무총장 등 측근들이 사의를 밝힌 데 대해 “그게 물러났다고 물러난 것이냐”고 비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대통령이나 대선 주자와 결별하는 것만 이번이 세 번째”라며 “정치판에서 ‘킹메이커’로서 김 위원장의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