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미국 진출 35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일본 혼다를 제치고 판매 5위에 올랐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90년 만에 처음으로 ‘안방’인 미국 시장을 일본 도요타에 내줬다. 차량용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와 친환경차 수요 급증, 내연기관차의 퇴조가 맞물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대격변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美진출 35년 만에 혼다 제쳤다
5일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148만9118대를 판매해 역대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전년 대비 판매량이 21.6%(26만4360대) 급증하며 시장점유율도 처음으로 두 자릿수(10.0%)에 올라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1986년 엑셀을 수출하면서 미국에 진출할 당시 혼다와 브랜드 발음, 로고가 비슷해 ‘혼다 짝퉁이냐’는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당당하게 혼다(146만6630대)를 넘어섰다.

GM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20만2598대를 팔았지만 도요타(233만2261대)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1931년 경쟁사 포드를 꺾고 미국 1위에 오른 뒤 89년간 지켜온 왕좌를 외국 기업에 뺏겼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기아와 도요타가 약진한 결정적 요인으로 공급망 관리를 꼽았다. 코로나19에 이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에서 위기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리드카,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앞서나간 것도 대역전의 배경으로 꼽힌다. 테슬라가 지난해 미국에서만 31만4000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65.8% 급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GM, 포드는 전기차로 반격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포드는 이번주에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주문을 받기 시작하고, 생산량을 기존 계획의 두 배로 늘렸다는 소식에 주가가 11.67% 급등했다. GM 주가도 반도체 공급난이 지난해 4분기에 개선됐다는 발표에 힘입어 7.47% 올랐다.

글로벌 테크업체도 전기차 시장 경쟁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소니는 이날 전기차 자회사 소니모빌리티를 설립한다고 밝히며 출사표를 던졌다. 애플은 2025년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를 내놓겠다는 목표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