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 사진=연합뉴스
악수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 사진=연합뉴스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누구나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제언을 하는 게 민주주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선대위 해체해야 한다. 매머드는 틀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대선 두 달 남기고 선대위를 쇄신하라는 건 선거를 포기하라는 악의적인 공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가 이준석 대표의 사퇴 결의를 제안하는 등 당내 갈등이 봉합 불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달 3일 '울산 회동'을 하며 원팀 결의를 다진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오늘 우리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의총인데 당 대표가 변하는 모습을 아직 볼 수 없다"며 "이제 당 대표 사퇴에 관해 결심할 때가 됐고 여기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 사진=뉴스1
이처럼 당내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기 시작한 건 지난달 21일 이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에서 사퇴하면서부터다. 당시 이 대표는 조수진 전 선대위 공보단장에게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나를 공격하는 보도가 나오니 정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조 전 단장은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맞받아치면서 갈등이 증폭됐다.

이 대표는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하는 자리에서 "울산에서의 회동이 누군가에게 책임감을 안겨줬다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이 아무 행동이나 하고 다녀도 된다는 잘못된 자신감을 심어준 모양"이라며 "이때다 싶어 솟아 나와서 양비론으로 한 마디 던지는 윤핵관을 보면 비통한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 사이의 갈등은 계속됐다.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비상 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면서 "당원 누구도 당의 공식 결정과 방침에는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건 당 조직이 아니다"라면서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누구나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제언을 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며 "당 대표가 당을 위해 하는 제언이 평론 취급받을 정도면 언로는 막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평론은 평가에 그치지만, 제언은 대안을 담고 있다"고 윤 후보의 발언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 사진=연합뉴스
두 사람은 선대위 쇄신 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서 "매머드는 틀렸다"며 "제 생각에는 말을 새로 뽑아오든지 아니면 개썰매를 끌고 오든지 다른 걸 타고 다녀야 한다"며 윤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이러한 선대위 쇄신 필요성 주장을 악의적인 공세로 규정하며 즉각 반발했다. 그는 같은날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 "선거를 두 달 남기고 선대위를 쇄신하라는 건 선거를 포기하라는 악의적인 공세라고 본다"면서 "개편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선대위 개편 과정에서 이 대표가 권영세 사무총장과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의 최고위 상정을 거부했지만, 윤 후보가 이를 강행하는 등 갈등이 누적됐고 그 끝은 '당 대표 사퇴 결의'로 맺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과 토론을 벌일 예정이었지만 비공개 형식인 탓에 참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이 대표는 당 대표 사퇴 논의는 의원총회에서 대국민 차원의 공개적인 방식으로 질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지금까지는 의원총회에 참석할 의사가 없어 보이며 (형식을) 조정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