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수학자들이 고민하던 개념을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인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스허르(1898~1972)는 수학과 예술의 교차점에 선 예술가다. 뒤엉킨 계층질서를 함축한 ‘이상한 고리’ 개념을 제시한 인지과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과학 교양서 <괴델, 에셔, 바흐>로도 잘 알려진 네덜란드의 판화 거장이다.건축가가 되길 바란 부모의 뜻과 달리 판화가의 길을 걷기로 한 에스허르는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의 반복적인 패턴 양식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예술을 구축해 나갔다.평면을 규칙적으로 채우는 테셀레이션부터 공간을 뒤엎는 초현실적 작품을 남긴 에스허르는 수학계에서도 유명 인사였다. 1953년 작인 ‘상대성’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 경이 고안한 ‘펜로즈 삼각형’에 영감을 줬다. 에스허르는 무한하게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펜로즈의 계단’을 시각화한 ‘상승과 하강’(1960)을 선보였다.‘상승과 하강’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만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이동할 때 오가는 미로계단이 작품에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상금에 욕망을 품고 계단을 오르내리지만 누구도 돈을 쥐지 못하는 모습에서 에스허르 작품의 모순이 나타난다.유승목 기자
지난 21일 오후 4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시어터의 굳게 닫힌 문 앞은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 시간 뒤 열리는 ‘2024 마마(MAMA) 어워즈’에 앞서 진행된 레드카펫 행사에 나오는 K팝 아티스트들을 먼발치에서나마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찬 세계 각국 팬들이었다.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왔다는 제시카 리 씨(21)는 “라이즈를 보기 위해 티켓을 구입해 왔다”며 “유튜브로만 보던 MAMA를 직접 오게 돼서 너무 떨린다”고 말했다.아시아 최대 규모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마마 어워즈가 미국에 상륙했다. ‘팝의 고장’ 미국에서 K팝 시상식이 개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3000여 명의 K팝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현지에서는 K팝이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 주변국을 넘어 세계 음악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美·日에서 사흘간 9만여 명 관객 몰려2024 마마 어워즈의 첫 포문은 투어스(TWS), 아일릿, 라이즈가 열었다. 이날 남자 신인상(페이보릿 남자 그룹)과 ‘베스트 댄스 퍼포먼스 남자 그룹’상 등 2관왕을 차지한 투어스는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여자 신인상을 받은 그룹 아일릿은 트와이스의 ‘하트 쉐이커’, ‘남자 페이보릿 글로벌 퍼포머’상을 수상한 라이즈는 NCT127의 ‘영웅’ 등 선배 K팝 아티스트의 히트곡을 열창했다.이날 마마 어워즈는 아티스트뿐 아니라 시상자도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할리우드 원로배우 더스틴 호프먼(87)이 대표적이다. 영화 ‘졸업’(1967)과 ‘레인 맨’(1988) 등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두
“안무가 조지 발란신의 지식재산(IP)을 갖고 있는 발란신 트러스트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레피티터(안무 전수자)를 배속하고, ‘주제와 변주곡(Theme and Variations)’ 등 여러 레퍼토리를 추게 해줬어요. 특히 발란신 트러스트가 학교에 주제와 변주곡을 허가한 사례는 처음입니다.” (김선희 한예종 무용원 교수)지난 23일 경기 화성아트홀에서 한예종 K-Arts 무용단이 공연한 ‘갈라 오브 드림스(A Gala of Dreams)’는 말 그대로 한국 발레계의 꿈 같은 무대였다.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천재 안무가 조지 발란신(1904~1983년)의 작품이 갈라 무대의 절반을 차지했기 때문.발란신 트러스트는 안무가 사후인 1987년 조직돼 발란신의 작품을 관리하는 단체다. 최근 이곳은 한예종에 ‘성조기 파드되’와 ‘차이콥스키 파드되’를 허가한 이후 올해부터 ‘주제와 변주곡(1947년 초연)’ 그리고 ‘타란텔라(1964년 초연)’까지 무대에 올리도록 했다. 발란신의 작품은 돈을 많이 낸다고 해서 가져올 수 없다. 전 세계 발레단에서 발란신의 레퍼토리를 원할 때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허가의 의미로 레피티터를 보낸다. 레피티터에 드는 비용도 IP 이용료도 발레업계에선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전해진다.이번 갈라 공연은 국내에서 비교적 새롭게 느껴지는 발란신의 레퍼토리를 보여줬단 점, 그리고 이를 학생 발레단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여느 발레 갈라와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었다.‘타란텔라’는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의 민속 무곡과 무용을 의미한다. 여기에 발란신이 발레를 입혔다. 이탈리아 남부 사람들의 열정적이고 쾌활한 대화와 몸짓을 발레의 움직임으로 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