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한루원의 광한루
한국 대표 정원 꼽혀
'혼불' 배경 노봉마을
옛 철길 이어진 서도역
'미스터 션샤인' 새록새록
소설 춘향전의 배경지 광한루원
남원 여행의 시작점은 광한루원이다. 광한루원의 광한루는 ‘춘향전’에서 남원 부사의 아들 이몽룡과 성춘향의 인연이 시작된 곳이다. 두 사람의 신분을 뛰어넘는 로맨스는 거침이 없다. 농밀한 애정 신부터 애달픈 이별과 박진감 넘치는 만남까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의 법칙을 제대로 보여준다. 춘향전은 판소리는 물론 수많은 창극과 신소설, 현대소설, 연극,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래서인지 광한루원은 남원의 젊은 남녀들이 데이트 장소로 즐겨 찾는 곳이 되었다. 광한루원은 누각인 광한루와 연못, 그리고 연못 한가운데 조성된 세 개의 섬과 오작교 등으로 이뤄져 있다.광한루원은 국내 조경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크다. 평양 부벽루, 밀양 영남루, 진주 촉석루와 더불어 국내 4대 누각의 하나이자 한국의 정원을 대표할 만큼 독특한 조경지로 평가받고 있다.
성리학적 세계관 오롯이 담겨
역사적으로 광한루는 조선시대 명재상이었던 황희 정승과 관련이 깊다. 황희 정승은 1418년 양녕대군의 세자 폐출을 반대하다 태종의 진노를 사서 경기 파주 교하리로 귀양 보내졌다가 남원으로 유배됐다. 이때 황희 정승이 지금의 광한루에 누각을 짓고 광통루라 불렀다. 1444년 전라도 관찰사 정인지가 이곳을 찾아 “달나라 궁궐의 광한청허부(廣寒淸虛府)와 비슷하구나”라고 감탄했다 하여 광한루라 불리게 됐다.광한루는 조선의 성리학적 세계관이 오롯이 담겨 있다. 세조 때인 1461년 남원 부사 장의국은 은하수를 상징하는 인공 연못을 조성하고 돌다리인 오작교를 놓았다. 훗날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해온 송강 정철은 연못에다 신선이 사는 봉래산(금강산), 방장산(지리산), 영주산(한라산)을 의미하는 세 개의 인공 섬을 조성하고, 섬마다 영주각과 방장정을 세웠다. 남원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광한루는 안타깝게도 정유재란 당시 완전히 불에 타고 말았다. 현재의 광한루는 인조 때인 1639년 새로 지은 것이다.
광한루는 낮에도 풍광이 빼어나지만 특히 교교한 불빛이 건물을 비추는 밤이 더 아름답다. 땅거미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삼신산의 방장정과 그 너머 대숲까지 조명이 들어온다. 불빛은 물과 나무 누각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만든다. 아침부터 찌푸렸던 하늘에 눈이 내리자 불빛과 눈이 어우러져 황홀한 색의 잔치를 벌인다.
대하소설 ‘혼불’의 배경지 노봉마을
남원은 춘향의 고향이자 ‘혼불’의 고장이기도 하다. 최명희의 대하 장편소설 《혼불》이 남원 매안 이씨 집안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혼불》은 조선시대의 봉건문화 속에서 대를 이어가는 종가의 모습과 신분 해방을 꿈꾸는 하층민 간 갈등 및 애환을 다룬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인 노봉마을에는 소설 속의 종가, 노봉서원, 청호저수지, 새암바위, 달맞이동산 등 마을 주변이 그대로 살아 있다. 혼불문학관에는 고인이 된 최명희 작가의 원고를 형상화한 디오라마가 전시돼 소설 속의 느낌과 정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혼불문학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옛 서도역 또한 혼불의 무대가 된 곳이다. 서도역은 원래 논바닥이었는데 전라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철도역이 됐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 인기를 얻기도 했다. 서도역은 나무로 만들어져 다른 폐역보다 더욱 더 애틋한 느낌을 준다. 오래된 철길의 양옆으로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옛 철길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려는 연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함께 가면 좋은 곳 -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 남원시립 김병종미술관은 2018년 3월 2일 문을 열었다. 남원 출신이자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으로 유명한 동양화가인 김병종 작가가 기증한 작품을 바탕으로 건립됐다. 미술관은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기하학적 디자인과 계단식으로 내려오는 물의 정원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미술관 뒤편이 숲이어서 작품을 감상한 뒤 자연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미술관에는 모두 3개의 전시실이 운영되고 있다. 제1갤러리에서는 김병종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다. 2, 3갤러리는 초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남원=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