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지도 즐겨찾기에 찍어둘 '유럽의 골목길'
도시가 작다고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덜한 건 아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대도시보다 뚜렷한 개성과 전통을 간직한 소도시가 더 깊은 감흥을 줄 때가 많다. 벨기에의 운하 도시 브뤼헤,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등 각국의 수도보다 여행객에게 더 인기 있는 도시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소도시》는 유럽의 매력적인 소도시 50곳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지난해 초 저자가 펴낸 《7개 코드로 읽는 유럽 도시》의 후속작으로, 로마와 파리 등 대도시의 역사를 다룬 전작과 달리 소도시들의 음악과 종교, 미술 등 문화적 요소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소도시들을 돌·물·불·돈·발·피·꿈이라는 7가지 코드(주제)로 분류한 뒤 각 도시에 얽힌 이야기를 5쪽 안팎의 분량으로 설명해 나간다. 예컨대 불이라는 주제 밑에는 화산 폭발을 겪은 이탈리아 폼페이,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자랑하는 샤르트르 대성당이 자리한 프랑스의 샤르트르, 1989년 베를린장벽을 무너뜨린 촛불 시위가 처음 시작된 독일 라이프치히 등 7곳의 도시가 함께 묶여 있다. 다만 각각의 글이 서로 이어져 있지 않아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책에는 해당 도시를 실제로 여행할 때 재미를 더해줄 만한 지식이 즐비하다. 예컨대 스페인 산티아고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의 끝자락이다. 순례의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 대성당에서는 거대한 향로가 관광객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이는 순례자들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잡기 위해 중세시대에 설치된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막 완주해 땀냄새를 풀풀 풍기는 순례객이라면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팬데믹 이후 여행을 갈 만한 도시 목록을 정리해보며 즐거워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