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경제 대국으로 불렸다. 요즘엔 노인 대국으로 익숙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가장 늙은 나라 일본 얘기다. 일본은 1990년까진 유럽 선진국들보다 고령자 비율이 낮았지만 2005년에는 고령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1등으로서 일본(Japan as No.1)’은 변함없다. 챔피언 자리에 오른 분야가 바뀌었을 뿐. 하지만 더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 늙어가는 속도에서 조만간 우리가 일본을 추월할 기세이기 때문이다.
《인구위기국가 일본》은 일본이 직면한 인구 문제를 150년간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책이다. 인구 변화 추이부터 저출산·고령화의 진행 과정, 인구 변동이 가져온 지방 쇠퇴와 소멸, 일본 정부의 대책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상세하고 냉정한 평가 등 인구와 관련한 주제를 두루 다룬다.
익히 알려진 사례지만, 일본의 인구 변화 추이는 다시 봐도 충격적이다. 일본의 총인구는 2008년 1억2808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0년까지 25년간 1310만 명 감소했다. 연평균 19만 명이 사라졌다. 2060년에는 총인구가 9284만 명까지 쪼그라들 전망이다. 전쟁이나 대형 천재지변이 없어도 향후 40년간 3248만 명, 연평균 79만 명의 인구가 위축된다는 얘기다.
규모가 줄어들 뿐 아니라 남은 사람들의 평균 연령도 올라가고 있다. 2015년 기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일본이 26.6%로 한국(13.1%)의 두 배를 넘는다. 이탈리아(22.4%) 독일(21.2%) 스웨덴(19.9%) 등 다른 ‘고령 국가’들도 가뿐히 압도한다. 고령 인구는 2040년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생산연령 인구는 1995년 이후 25년간 1310만 명 줄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1925년 이후 30여 년간 매년 200만 명씩 태어났던 사람들이 1990년대 이후 고령자로 편입되면서 다사(多死) 시대의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반면 출생아 수는 계속 감소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서 결혼을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다. 연애하지 않는 젊은이가 흔해지면서 결혼은 특별히 노력해야 하는 ‘일(곤카쓰·婚活)’이 됐다.
급속한 노화가 남긴 주름은 깊다. 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쇠퇴와 소멸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불안이 사람들 마음에 스며들었다. 지방에서부터 ‘소멸’은 현실화했다. 시마네현 고쓰시 세지리 마을은 거주하는 사람이 없어 2006년 폐촌됐다. 2015년 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50% 이상인 시(市)·정(町)·촌(村)은 20개. 40%를 넘는 지역은 220개에 달했다.
남은 것은 폐허였다. 상속되지 않은 빈집은 2013년 기준 820만 채나 된다. 2033년까지 2150만 채, 세 집 중 한 집꼴로 늘 전망이다. 수리도, 재건축도 힘든 40년 넘은 집합주택 역시 2027년이면 185만 채로 늘어난다. 논밭과 산림마저 방치되고 있다. 가치가 없는 부동산은 재산세와 관리비만 들어가는 마이너스 자산일 뿐이다. 매년 부동산 상속 포기가 10만 건을 넘는다. 연고 없는 무덤도 급증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공영묘지의 절반 이상이 무연묘일 정도다.
일본이라고 손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책이 고령자에게 쏠리면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2021년 정부 일반세출에서 사회보장 비용에 사용되는 비중은 53.5%에 이른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고령자 복지에만 집중된 탓에 생산연령을 대상으로 한 가족·노동·실업 정책은 매우 부실하다. 저출산 대책도 뒷순위로 밀렸다.
그나마 애써 마련한 고령화 대책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도시의 핵심 기능을 한데 집약하는 콤팩트화와 네트워크화는 지역민의 반발, 지방 정치권의 저항으로 제자리걸음을 할 뿐이다.
정책 수혜 대상인 고령층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는 점은 실타래를 복잡하게 꼬았다. 전체 금융자산의 65.7%를 쥐고 있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두고 젊은 층은 ‘도망치는 세대(逃げ切り世代)’라고 불렀다. 고도성장기의 혜택을 누리고 후세대에 엄청난 빚만 떠넘긴 세대라며 빈정거리는 것이다. 풍요한 고령 세대를 가난한 현역 세대가 부양하는 모델이 제대로 작동할 리 없었다.
일본의 행보를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편치 않다.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의 위기를 맞은 첫 국가가 일본이라면 한국은 그 길을 가는 두 번째 국가이기 때문이다. 속도는 한국이 훨씬 빠르다. 합계출산율이 5.0명에서 2.1명으로 떨어지기까지 일본은 31년 걸렸는데 한국은 19년에 불과했다. 2050년이면 일본을 추월해 세계에서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 어둡기만 한 일본의 오늘은, 과연 피할 수 없는 한국의 내일이 될 것인가.
“여긴 우리 영역이다. 당장 떠나지 않으면 당신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매일 아침 남자의 문 앞에는 이런 글이 적힌 협박 편지가 놓였습니다. 문밖에는 늘 낯선 사내들이 서성였습니다. 비슷한 경고를 받은 다른 이는 새벽 골목길에서 괴한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남자는 공포에 질려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들이 나를 죽일 거야.”얼마 후 남자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그 불길한 예언은 현실이 됐습니다. “과로와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지병이 악화된 것 같습니다.” 시신을 본 의사는 이렇게 말했지만, 남자의 아내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울부짖었습니다. “남편은 독살당했어요.” 하지만 이곳, 나폴리에서 그 비명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같은 시각, 도시 다른 편에 있는 어두침침한 작업실 안. 주세페 데 리베라(1591~1652)는 조용히 붓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캔버스에는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노인의 고통이 생생히 떠오르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붓끝에서 붉은 물감이 튀어 올라 바닥에 떨어졌습니다. 주세페는 잠시 손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마치 핏물이 튄 것 같은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바닥에서 살아남는 게 쉽진 않지.’당대 유럽 최대 항구도시를 주름잡던 최고의 그림 거장이자, 나폴리 ‘그림 마피아’의 수장이었던 주세페. 그의 잔혹한 그림과 삶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빚쟁이 그놈, 나폴리에 오다미술은 아름다운 것. 그러니 화가와 갤러리스트들도 한없이 고상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이번 주 내내 '극한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밤 한때 수도권에 많은 눈이 쏟아지면서 대설주의보가 발효됐다. 23일 기상청은 이날 오후 10시 10분을 기해 서울 서북권과 동북권, 경기 화성, 광명, 인천 등 수도권 곳곳에 대설주의보를 내렸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동안 눈이 5㎝ 이상 쌓일 것으로 예측될 때 내려진다. 다만 경기 광명과 서울 서북권에 내려진 대설주의보는 이날 10시 50분에 해제됐다. 강한 눈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날 자정까지 1~2시간가량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눈이 내리거나 이미 눈이 쌓인 중부 일부 지역과 전라권에서는 영하권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 도로가 매우 미끄럽겠다. 빙판길과 도로 살얼음(블랙 아이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운전 시 주의해야 한다.한파와 눈은 주말인 24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4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전북 서해안과 전남 서해안 2~7㎝, 광주, 전남, 전북, 제주도 산지 1~5㎝ 등이다.류병화/김영리 기자 smartkim@hankyung.com
23일 오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한 전시장에서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는 조인성, 뜨거운 입김과 절묘하게 포착된 신세경의 옆모습, 총을 들고 몸을 숨기고 있는 박해준 등 다양한 얼굴이 모여 일순간 긴장감을 유발했다.이들 사진 아래에는 '박정민 배우'라고 적혀 있었다. 박정민이 영화 '휴민트' 촬영 현장에서 직접 찍은 배우들의 모습이었다.'휴민트'는 '베를린'·'모가디슈'에 이은 류승완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3부작 완결판으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데, 블라디보스토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지닌 라트비아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개봉을 앞두고 출연 배우인 박정민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35점의 사진을 포함해 70여점의 사진을 무료 전시를 통해 선보였다.박정민은 촬영은 물론이고, 사진의 보정부터 기획전 준비 과정에 의견을 더하며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스틸 사진을 담당했던 김진영 작가의 사진과는 또 다른 앵글을 보여주는 재미가 있다. 사전 신청에만 2500명이 몰렸다.현장에서 만난 한 20대 관람객은 "배우가 찍은 배우의 얼굴을 본다는 점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사진작가가 찍은 사진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면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영화인데 더 기대감이 커졌다. 설 연휴에 맞춰서 예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배급사 NEW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휴민트'는 차가운 라트비아의 로케이션 공기와 뜨거운 액션 드라마 장르가 결합한 작품이다. 이러한 세계관은 관객이 직접 현장의 온도를 느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