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의원들의 연호를 받으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의원들의 연호를 받으며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표’ 쇄신안 거부, 윤석열 대선 후보의 당직자 임명 강행, 이 대표와 의원들 간 정면 충돌,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 이 모든 게 6일 하루 동안 벌어졌다. 윤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다음날에도 국민의힘 내에서는 충돌 양상이 이어졌다.

○윤·이·당내 의원 간 내홍

이날 오전 8시. 윤 후보가 서울 여의도역 근처에 등장했다. 전날 선대위 혁신안을 발표한 윤 후보는 몸을 낮추고 출근하는 시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가 제안한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를 받아들인 것이다. 윤·이 관계가 조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윤 후보는 오전 9시 선대본부 핵심 보직인 전략기획부총장에 이철규 의원을 임명하겠다고 밝혔고,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제안한 쇄신안 자체를 거부했다. 전략기획부총장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에 휩싸였던 윤한홍 의원이 맡았던 선대본부 핵심 자리다. 권성동 의원과 같은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이 의원은 꾸준히 이 대표를 비판해온 인물이다. 이 대표는 권 의원과 윤 의원 사퇴 후에도 윤핵관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결국 최고위에서 이 의원 임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들었으니 강행하겠다”는 윤 후보와 “제 도장 찍힌 임명장은 못 나간다”는 이 대표가 충돌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오전 10시에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최근 좋지 않은 당내 분위기에도 의원들은 다같이 일어나 ‘윤석열’을 크게 환호했다. 윤 후보는 두 손을 번쩍 들어 화답했다. 비공개 회의로 전환된 몇 분 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준석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 방식으로는 젊은 층의 지지를 절대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금 방식으로는 젊은 층의 지지를 절대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스1
비공개 회의에선 이 대표 사퇴 의결안이 안건으로 제출됐다. 의원 다수가 의결안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대표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윤·이 갈등에서 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다. 총회 첫 발언자로 나선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이제 당대표 사퇴에 대해 결심할 때가 됐고 여기에서 결정하자”고 했다. 송석준, 박대출, 김정재, 이종배, 박수영 등 다수 의원의 이 대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 이 대표 사퇴를 결의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표 사퇴를 의총에서 결의하면 이번 선거가 ‘세대 결합’이 아니라 ‘세대 매장’으로 간다”고 반박했다. 회의는 7시간 넘게 계속됐고, 결국 하 의원 등 일부 의원의 반대에도 과반수 찬성으로 이 대표 사퇴 촉구안이 총회를 통과했다.

이후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 직접 참석해 “지금 우리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의 대부분은 2030세대라는 것을 의원들도 아실 것”이라며 “‘너 그래서 이재명 찍을 거야?’ ‘정권 교체 안 할거야?’와 같은 명분만으로는 젊은 층의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 불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게 아니다”며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의원들 반응은 싸늘했다. 연설을 마친 후 의원 중에 박수를 친 건 10명도 되지 않았다.

○2030 표심 악화 불 보듯

문제는 이 대표 사퇴 촉구안 통과가 갈등의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읽히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내홍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대표는 절대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촉구안이 채택됐지만 당헌·당규상 현실적으로 이 대표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긴 힘들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사퇴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며 “대표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려면 언제든 당대표실로 찾아오라고 했는데도 이렇게 행동하는 건 대선 후보에 대한 충성 경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갈등의 핵심인 윤핵관 논란에 대한 시각차가 줄어들지 않으면 선거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 측은 윤 후보 주변 측근들이 선거 결과보다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철규 의원 임명 과정에 권 의원과 윤 의원 등이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갈등의 책임 소재를 떠나 윤 후보의 이 대표 배제와 의원들의 사퇴 촉구안 결의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2030 표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의원총회 와중에 열린 윤 후보와 선대본부 청년보좌역들 간의 공개 간담회에서도 이에 대한 ‘작심발언’이 쏟아졌다. 전날 윤 후보에게 실망했다며 청년보좌역 사퇴 의사를 밝힌 곽승용 씨는 “이준석 사퇴 안을 의원들이 결의하려고 하는데 선거에 지려고 작정했구나 하는 생각”이라며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좀 살펴보기라도 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