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이씨가 지난 9월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피의자 이씨가 지난 9월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말다툼 중 여자친구를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故 황예진 씨의 어머니는 “딸이 사망한 대가가 7년이라면 부모는 살아갈 수가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안동범 부장판사)는 지난해 7월 마포의 한 오피스텔에서 7개월째 교제 중이던 황씨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기소된 이모(32)씨에게 6일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의 연인 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황씨와 오피스텔 내에서 말다툼을 하다 침대 위로 밀어 넘어뜨렸다. 당시 자리를 뜨려다 황씨가 쫓아와 머리채를 잡자 그를 벽으로 세게 밀쳐 정신을 잃게 했고 황씨가 쓰러진 뒤에도 폭행은 이어진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이후 주민이 나타나자 이씨는 황씨를 오피스텔 1층으로 데려갔고, 황씨가 움직이자 다시 벽으로 밀친 뒤 방치했다. 의식을 잃은 황씨는 외상성 뇌저부지주막하출혈(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0여일 만인 8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며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으로 26세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했고, 유족은 형언하지 못할 고통을 느끼며 강력한 처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체적으로 연약한 피해자에게 여러 차례 폭력을 행사했고 119 도착 전까지 적절한 구급 조처를 하지 않고 오히려 부주의하게 일으켜 세우려고 하며 상태를 악화시켰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속해서 폭행하는 관계가 아니었고, 감정충돌 중 우발적으로 폭행하면서 상해치사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를 의도적으로 살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재판부가 징역 7년을 판결하자 방청석에서는 “사람이 죽었는데 7년이라고, 당신 딸이 죽어도 7년을 때릴 건가”라는 울분이 터져나왔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최기식 변호사는 “피고인은 황씨를 소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전혀 노력하지 않았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도 검토할 수 있었는데 검찰이나 법원이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현재 항소를 요청한 상태다. 유족 측은 “제가 7년을 받으려고 5개월 동안 피 말리는 시간을 보냈나”라며 “우리 아이는 제가 사랑으로 키웠고, 사람을 사랑할 줄 알게 키웠다. 그 사망 대가가 7년이라면 저희 부모는 앞으로 살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럴 줄 알았다면 아이의 실명과 얼굴도 공개하지 않았다. 딸이 하나 더 있었으면 이 나라에서 자식을 키울 수 없어 이민 갔을 것”이라며 항소를 요청했다.

앞서 검찰은 “피해자가 숨졌지만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이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점을 참작해달라 요청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