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준석 대표와 극적으로 화해하게 된 데는 6일 오후 열린 청년보좌역들과의 공개 간담회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청년보좌역들은 윤 후보를 향해 “선거에서 이기고 싶으면 이 대표와 화해하라” “이 대표에 대한 사퇴안 의결은 선거를 지겠다고 작정하는 것”이라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청년보좌역들과의 변화와 쇄신 간담회’에 참석해 “가감 없는 비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청년보좌역은 국민의힘이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선발한 30여 명의 선거대책본부 소속 보좌역이다.

쓴소리를 해 달라는 말이 끝나자 마자 그동안 윤 후보에 대해 쌓였던 청년보좌역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가장 많이 언급된 건 이 대표와의 갈등 문제였다. 전날 윤 후보에게 실망했다며 청년보좌역 자리를 사퇴한 곽승용 씨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 대표에 대해 사퇴 촉구안을 결의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걸 보고 ‘아 이 사람들이 선거에 지려고 작정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 대표를 내치고선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보는 즉시 가서 말려야 한다”며 “이 대표와 긴밀히 협력해 앞으로 어떤 행사를 할 때 같이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현 상황에서 선거 승리를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상현 청년보좌역은 “권성동 의원은 정말 물러난 게 맞냐”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당대표를 사퇴시키고, 무력화하려 하는 윤핵관을 말려볼 생각은 있냐”며 “아니면 정말 이것이 후보의 생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윤 후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뭔가를 적으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준석 탄핵’을 외치는 강성 지지자를 직접 설득해 줄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날 행사가 열린 당사 앞에는 200여 명의 강성 지지자가 ‘이준석 아웃(OUT)’이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윤규 청년보좌역은 “여기에서 즉석으로 윤 후보에게 제안드린다”며 “나가서 탄핵을 외치는 강성 지지자를 설득해 달라”고 했다. 그는 “저걸 보고 그대로 간다면 후보님이 이것을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대위의 소통 구조, 청년 참여 방식 등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하경석 청년보좌역은 “근본적으로 청년 관련 행사를 청년들이 기획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단순 참여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기획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 남동현 청년보좌역은 “오늘 행사가 있다는 것도 3시간 전에 알았다”며 “앞으로 중요한 정보가 불평등하게 제공되는 경우를 아예 없앨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청년보좌역 간담회가 이 대표에게 윤 후보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