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억대 소득 프리랜서 이듬해 건보료 월 2만8천원만 냈다는데
해촉 증명서 내면 건보료 감면해주는 지역보험료 조정제도 악용 늘어
보험료 조정 건수·소득금액 매년 증가…2020년 85만건, 6조5천억원

유명 플랫폼에서 만화를 연재하는 웹툰 작가 A씨는 연간 1억5천만원이 넘는 사업소득을 올리지만, 지난해 겨우 월 2만7천900원의 지역건강보험료만 냈다.

억대 소득을 거둬서 매달 100만원에 가까운 월 98만원가량의 건보료를 납부하도록 통보받았지만, 연재계약을 맺은 플랫폼 회사에서 '해촉 증명서'를 받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뒤 보험료를 대폭 감면받았다.

[고침] 사회([이슈 In] 억대 소득 프리랜서 이듬해 건보료…)
웹툰 작가, BJ(인터넷 방송 진행자), 연예인 등 연간 억대의 고소득을 올리는 일부 프리랜서가 '지역 건강보험료 조정제도'를 활용, 편법으로 건보료를 회피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건강보험 당국이 설명했다.

제도의 맹점을 악용한 것일 뿐 불법은 아니어서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지만, 매달 월급에서 꼬박꼬박 건보료를 떼이는 '유리 지갑' 직장인들에게는 어이없는 일이다.

7일 국회와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A씨 같은 프리랜서가 해촉 증명서를 제출해 지역보험료를 조정한 건수는 2020년 한해에만 85만407건에 이르고, 조정 소득금액은 6조5천120억원에 달했다.

조정한 소득금액에 대해서는 건보료를 거의 내지 않을 정도로 감면받았다.

해촉 증명서로 보험료를 조정한 건수 및 소득금액은 2018년 52만7천627건(4조9천614억원), 2019년 69만7천875건(5조6천366억원)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지역보험료 조정제도의 허점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보료 부과체계는 이원화돼 있는데 직장가입자에게는 당해연도 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점수를 합산해서 건보료를 매긴다.

이때 건보공단이 지역가입자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은 프리랜서 등이 당해연도에 거둔 소득이 아니라 전년도 소득이다.

건보공단은 프리랜서 등 지역가입자가 국세청에 매년 5월 전년도 종합소득금액을 신고하면 이 소득 자료를 10월에 넘겨받고, 이를 바탕으로 매년 11월에 새로 산정된 건보료 고지서를 보낸다.

소득 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 시점 사이에 약 1년의 시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고침] 사회([이슈 In] 억대 소득 프리랜서 이듬해 건보료…)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등은 경기상황에 따라 수입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다.

전년보다 올해 소득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이 종종 생긴다.

이때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책정된 건보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건보공단은 지역가입자가 폐업(휴업) 사실 증명원, 소득금액 감소증명원, 퇴직(해촉)증명원 등 자료를 제출하면서 신청하면 보험료를 조정해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 해촉 증명서는 프리랜서가 이전 계약사업체에 요청해서 건보공단에 내는 일종의 '퇴직 증명서'다.

이를 통해 프리랜서가 전년도에 벌어들인 소득은 단발성일 뿐 올해도 발생한 소득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면, 건보공단은 국세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전년도 소득 정보를 최대 '0'원으로 처리하는 등 대폭 건보료를 감면해준다.

이처럼 해촉 증명서로 지역건보료를 깎아주는 제도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프리랜서가 많지 않았고 비정규직인 보험설계사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의 숨통을 틔워주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갈수록 프리랜서들이 다양해지고 일부는 일반 직장인 연봉을 훨씬 웃도는 고소득을 올리는 등 상황이 변하면서 해촉 증명서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의 한 관계자는 "고소득 프리랜서가 일시소득이라고 주장하며 해촉 증명서를 제출해 소득을 0원으로 만들어 건보료를 감면해줬더니 몇 년간 계속해서 같은 사업체와 재계약을 맺고 동일 사업체에서 받은 해촉 증명서를 매년 반복해서 내는 등 일부 프리랜서의 도덕적 해이가 심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득 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 시점이 달라 현재 납부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차원에서 감면해주는 것인데,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일부는 이런 식으로 소득을 조정해서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의 소득 파악 시스템으로는 프리랜서가 지금 당장 어디서 어떤 소득을 올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건보공단은 지역가입자도 소득 파악률이 90% 이상인 상황을 반영해 지역건보료에 대해서도 직장 건보료와 마찬가지로 보험료 사후 정산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