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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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호실적까지 발표한이다. 주가 8만원 회복까지 2% 남짓 남은 상황이다.

배당락일이었던 작년 12월29일부터 쏟아진 기관의 매도 물량을 모두 받아낸 개인과 외국인에게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매출’ 실적으로 보답한 모양새다.

7일 오전 10시55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1400원(1.82%) 오른 7만8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이 D램 반도체 업황 회복 전망에 따라 강세를 보인 영향에,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운 호실적 발표까지 더해진 결과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작년 연간 매출 279조400억원, 영업이익 51조5700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고 이날 개장 전 공시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83%와 43.29% 증가한 성적표다.

증권가 전망치와 비교하면 매출은 소폭 웃돌았고, 영업이익은 소폭 못 미쳤다. 이날 오전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삼성전자의 작년 연간 실적에 대한 증권사들의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278조1487억원, 영업이익 52조8376억원이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작년 12월29일 이후 이 회사에 대해 강한 매수세를 보인 개인의 평균 매수가도 이날 본전을 넘어섰다.

개인은 작년 12월29일부터 전일까지 1조5650억8400만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외국인도 4445억1500만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규모 면에서 개인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기관은 삼성전자의 배당을 받을 권리를 확보한 뒤 2조239억8500만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개인의 평균매수가는 7만8284원이다. 삼성전자의 상승세가 이어지면 이제부터는 수익을 남기게 된다. 외국인의 평균 매수가는 7만8167원으로 개인보다는 한 호가(100원) 싸고, 기관은 평균 매도가는 7만8315원이다.

다만 호실적이 나오면서 주가가 본전 수준에 이르자 개인의 매도세도 나오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1분 잠정 집계 기준 외국인은 968억2500만원 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고, 기관은 300억6900만원 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개인이 600억원 어치 넘게 순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주가 강세에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이 상승한 게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가 D램 반도체 가격 상승과 데이터센터 산업 확장에 따라 올해 마이크론의 수익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며 이 회사의 목표주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증시에서는 삼성전자보다 D램 반도체 시황과의 연관성이 강한 SK하이닉스의 상승폭이 2.40%로 더 크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규모 1·2위인 반도체기업들의 주가 약진에 코스피지수도 직전 2거래일동안의 급락세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현재 코스피는 전일 대비 30.16포인트(1.03%) 오른 2950.69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3~4일에도 지수가 소폭 오르기는 했지만, 차트 상에는 시가보다 종가가 낮은 음봉이 그려졌다. 코스피지수의 음봉은 작년 12월29일부터 6거래일 연속 이어져왔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이 긴축 드라이브를 강화한 영향이었다. 특히 지난 5일(현지시간) 공개된 작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는 연준이 보유한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 현금(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양적긴축’에 대해 논의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시장은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이며 현금을 뿌려주는 양적완화의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의 가속화,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3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던 양적긴축 이야기가 나오자 발작 증세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호실적 발표를 계기로 시장의 관심사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서 실적으로 옮겨가면 반등장이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간밤 3대지수가 모두 하락한 뉴욕증시에 대해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하락에 따른 반발 매수세 유입에도 보합권 등락에 그쳤지만, 실적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진 종목군 중심으로는 강세를 보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실적 시즌을 앞둬 실적에 주목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