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강제 북송, 2020년 월북 몰이, 그리고 2022년 '월북 방치'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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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2일. 새해 첫 일요일 오전부터 국방부가 기자단을 상대로 긴급 브리핑을 공지합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1일 오후 10시40분께 미상 인원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6시40분께 22사단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군의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감시병은 인지하지 못했고, 3시간이 지난 뒤에야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이미 넘어간 뒤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김씨가 지난 1일 오후 6시36분께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 남측 철책을 넘는 장면은 군의 CCTV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됐습니다. 하지만 GOP 감시병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도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김씨가 GOP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는 광망(철조망 감시센서)이 작동해 경고음도 울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출동한 병력 6명은 현장에서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해당 부대는 차후에 CCTV를 돌려보는 과정에서도 김씨의 월책 장면을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실제 시간과 서버에 저장된 시간이 4분가량 차이가 있어서”라고 밝힙니다. CCTV 영상 기록장치의 시간을 현재 시간과 맞도록 하루에 두 차례 동기화해야 하는데, 이날 마침 동기화를 안 했고, 무려 4분이라는 시간차가 발생했다는 설명입니다. 군 설명에 따르면 CCTV를 돌려볼 때는 발생 시각으로부터 앞으로 30분을 돌려보도록 돼있는데, CCTV 영상엔 김씨가 월책한 실제 시간인 6시36분이 아닌 6시32분으로 기록돼 있어서 6시2분~6시32분 영상을 돌려보느라 정작 월책 장면은 놓쳤다는 것입니다. 해당 대대 지휘통제실장은 광망이 울릴 경우 이유를 파악하지 못해도 반드시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합니다.
군이 작전에 나선 시간은 김씨가 철책을 넘은 지 3시간 뒤인 오후 9시17분. 김씨가 DMZ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열상감지장비(TOD)에 포착된 뒤였습니다. 이미 3시간이 지난 뒤였지만 현장 대대장은 김씨가 월북하는 게 아니라 귀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미 1년여 전인 2020년 11월 귀순했다가 북으로 ‘돌아가는’ 김씨를 귀순자로 본 것입니다.
합참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월북자는 1년새 두 차례나 우리 군이 모르게 넘어왔다 다시 넘어간 뒤였습니다.
탈북한 지 1년여 만에 돌아간 김씨에 대한 보호를 요청한 정부의 태도는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을 때와는 매우 상반됩니다. 해수부 공무원이었던 이모씨는 9월 21일 새벽 1시께 해상에서 실종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9시40분께 북측에서 총격음이 들립니다. 정보당국은 같은달 23일 이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고 북한군이 이씨의 사체를 불에 태워 소각했다고 밝힙니다. 북한이 또다시 비무장 우리 국민을 사살한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24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재 우리 군 분석 결과 (자진)월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해양경찰청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씨가 실종 전 도박 빚 1억3000만원이 있다는 내용까지 밝힙니다. 유족들은 이후 지금까지 강하게 반발해왔습니다. 고인의 형 이래진씨는 지난달 29일 서울행정법원에 고인과 관련된 정보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냅니다. 앞서 법원은 2020년 11월 이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고인 관련 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공개를 거부한 정보 중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와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연평도)에서 일어난 실종사건' 등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입니다.
나포 닷새 만에 당시 어선에 타고 있던 두 명의 선원은 판문점에서 강제 북송됩니다. 이들이 조사 과정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한 진술이 바탕이 됐습니다. 이들의 진술 외엔 뚜렷한 증거도 전혀 없었고 이들은 귀순 의사를 밝히기까지 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당시 이끌고 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관련 부처들과의 협의 끝에 북송을 결정합니다.
북송 방식도 충격적이었습니다. 해상에서 표류하는 북한 주민들을 송환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지만 모두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북으로 송환할 때는 적십자사가 인계한다는 관례를 깨고 대(對)테러부대인 경찰특공대가 이들을 호송합니다. 범죄 피의자 호송에 대(對)테러부대가 투입된 것은 2011년 삼호 주얼리호 피랍 사건 당시 소말리아 해적을 제외하고는 유일했습니다. 판문점으로 호송될 때 이들의 눈에는 안대가 씌워집니다. 이들이 안대가 벗겨진 뒤 눈 앞에 북한군이 보이자 털썩 주저 앉았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정부는 당시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제 북송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부가 근거로 든 법은 출입국관리법 강제퇴거 조항이었지만, 헌법과 국적법은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불거집니다. 국제사회도 거세게 반발합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과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했다”며 “이 두 사람의 범죄행위가 확인되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찍어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함한 이들의 권리를 부인한 것”이라고 한국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합니다. 이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정 장관은 지난해 2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들은 흉악범이고 귀순할 의사가 없었다”며 “애당초 이들을 북방한계선(NLL)에서 나포하지 않았으면 좋을 뻔 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망초 등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9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정 장관,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들을 상대로 살인 방조, 직무 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각하되자 검찰에 항고장을 접수하기도 했습니다.
군 철책을 넘어 탈북한 지 1년만에 자진 월북한 사람에 대해선 “국민 보호”, 북한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국민에 대해선 “자진 월북”, 귀순 의사를 밝히고 탈북한 사람엔 ‘국민 안전 위협’ 딱지가 붙었습니다. 3년 간 매번 달라지는 정부의 잣대가 혼란스럽습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1일 오후 10시40분께 미상 인원 1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새해 첫날인 1일 오후 6시40분께 22사단 GOP 철책을 넘는 장면이 군의 과학화 경계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감시병은 인지하지 못했고, 3시간이 지난 뒤에야 작전 병력을 투입했지만, 이미 넘어간 뒤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월북 아닌 '탈북'이라 판단한 軍
월북이 벌어진지 나흘이 지난 뒤 발표된 합참의 검열 결과는 더욱 황당했습니다. 새해 첫날 유유히 철책을 넘어 북으로 향한 월북자가 다름 아닌 2020년 11월 이른바 ‘점프 귀순’을 했던 사람과 동일 인물이었던 것이었습니다.합참에 따르면 김씨가 지난 1일 오후 6시36분께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 남측 철책을 넘는 장면은 군의 CCTV 3대에 모두 다섯 차례 포착됐습니다. 하지만 GOP 감시병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도 이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김씨가 GOP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는 광망(철조망 감시센서)이 작동해 경고음도 울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 출동한 병력 6명은 현장에서 ‘특이사항이 없다’고 판단합니다.
해당 부대는 차후에 CCTV를 돌려보는 과정에서도 김씨의 월책 장면을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는 “실제 시간과 서버에 저장된 시간이 4분가량 차이가 있어서”라고 밝힙니다. CCTV 영상 기록장치의 시간을 현재 시간과 맞도록 하루에 두 차례 동기화해야 하는데, 이날 마침 동기화를 안 했고, 무려 4분이라는 시간차가 발생했다는 설명입니다. 군 설명에 따르면 CCTV를 돌려볼 때는 발생 시각으로부터 앞으로 30분을 돌려보도록 돼있는데, CCTV 영상엔 김씨가 월책한 실제 시간인 6시36분이 아닌 6시32분으로 기록돼 있어서 6시2분~6시32분 영상을 돌려보느라 정작 월책 장면은 놓쳤다는 것입니다. 해당 대대 지휘통제실장은 광망이 울릴 경우 이유를 파악하지 못해도 반드시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자체적으로 상황을 종료합니다.
군이 작전에 나선 시간은 김씨가 철책을 넘은 지 3시간 뒤인 오후 9시17분. 김씨가 DMZ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열상감지장비(TOD)에 포착된 뒤였습니다. 이미 3시간이 지난 뒤였지만 현장 대대장은 김씨가 월북하는 게 아니라 귀순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미 1년여 전인 2020년 11월 귀순했다가 북으로 ‘돌아가는’ 김씨를 귀순자로 본 것입니다.
합참은 “동부전선에서 발생한 월북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지만 이미 월북자는 1년새 두 차례나 우리 군이 모르게 넘어왔다 다시 넘어간 뒤였습니다.
北에 피살된 공무원에 대해선 "월북 정황"
군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2일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우리 국민에 대한 보호 차원 차원에서’ 대북 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밝혔습니다. 김씨의 신원도, 간첩인지 여부의 대공용의점 조사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김씨를 ‘우리 국민’으로 규정하고 북한에 보호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설명입니다. 정작 ‘우리 국민 보호’가 북에 월북자의 신변 인도를 요청한 뜻이냐는 질문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탈북한 지 1년여 만에 돌아간 김씨에 대한 보호를 요청한 정부의 태도는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을 때와는 매우 상반됩니다. 해수부 공무원이었던 이모씨는 9월 21일 새벽 1시께 해상에서 실종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9시40분께 북측에서 총격음이 들립니다. 정보당국은 같은달 23일 이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고 북한군이 이씨의 사체를 불에 태워 소각했다고 밝힙니다. 북한이 또다시 비무장 우리 국민을 사살한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그런데 24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재 우리 군 분석 결과 (자진)월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해양경찰청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씨가 실종 전 도박 빚 1억3000만원이 있다는 내용까지 밝힙니다. 유족들은 이후 지금까지 강하게 반발해왔습니다. 고인의 형 이래진씨는 지난달 29일 서울행정법원에 고인과 관련된 정보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냅니다. 앞서 법원은 2020년 11월 이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고인 관련 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공개를 거부한 정보 중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와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연평도)에서 일어난 실종사건' 등 일부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안보실은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입니다.
"귀순하겠다"는 탈북자 2명은 강제 북송
정부의 모순된 태도는 2019년에도 드러난 바 있습니다. 2019년 11월 해군은 동해상에서 북한 어선을 ‘나포’합니다.나포 닷새 만에 당시 어선에 타고 있던 두 명의 선원은 판문점에서 강제 북송됩니다. 이들이 조사 과정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한 진술이 바탕이 됐습니다. 이들의 진술 외엔 뚜렷한 증거도 전혀 없었고 이들은 귀순 의사를 밝히기까지 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당시 이끌고 있던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관련 부처들과의 협의 끝에 북송을 결정합니다.
북송 방식도 충격적이었습니다. 해상에서 표류하는 북한 주민들을 송환하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지만 모두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북으로 송환할 때는 적십자사가 인계한다는 관례를 깨고 대(對)테러부대인 경찰특공대가 이들을 호송합니다. 범죄 피의자 호송에 대(對)테러부대가 투입된 것은 2011년 삼호 주얼리호 피랍 사건 당시 소말리아 해적을 제외하고는 유일했습니다. 판문점으로 호송될 때 이들의 눈에는 안대가 씌워집니다. 이들이 안대가 벗겨진 뒤 눈 앞에 북한군이 보이자 털썩 주저 앉았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정부는 당시 “이들이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 범죄로 보호 대상이 아니다”며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제 북송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부가 근거로 든 법은 출입국관리법 강제퇴거 조항이었지만, 헌법과 국적법은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불거집니다. 국제사회도 거세게 반발합니다.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인터내셔널과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국제인권규범을 위반했다”며 “이 두 사람의 범죄행위가 확인되기도 전에 범죄자로 낙인찍어 북한으로 송환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함한 이들의 권리를 부인한 것”이라고 한국 정부를 강도높게 비판합니다. 이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정 장관은 지난해 2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들은 흉악범이고 귀순할 의사가 없었다”며 “애당초 이들을 북방한계선(NLL)에서 나포하지 않았으면 좋을 뻔 했다”고 밝혔습니다. 물망초 등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9일 서훈 국가안보실장, 정 장관,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들을 상대로 살인 방조, 직무 유기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이 각하되자 검찰에 항고장을 접수하기도 했습니다.
군 철책을 넘어 탈북한 지 1년만에 자진 월북한 사람에 대해선 “국민 보호”, 북한군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국민에 대해선 “자진 월북”, 귀순 의사를 밝히고 탈북한 사람엔 ‘국민 안전 위협’ 딱지가 붙었습니다. 3년 간 매번 달라지는 정부의 잣대가 혼란스럽습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