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한가람’ 아파트.  /한경DB
서울 용산구 이촌동 아파트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 조합 설립 인가를 받은 ‘한가람’ 아파트. /한경DB
서울 용산구 리모델링 대어로 꼽히는 이촌동 ‘한가람’이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사업 추진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맨숀’ ‘코오롱’ ‘강촌’에 이어 이촌동에서 네 번째로 리모델링 조합을 출범시켰다. 한가람과 맞붙어 있는 ‘한강대우’와 ‘우성’도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준비 중이다. 이들 6개 단지의 리모델링 규모만 6200여 가구에 달한다.

○이촌동 ‘간판’ 한가람, 리모델링 시동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가람은 지난달 말 용산구로부터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2020년 8월 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를 꾸린 지 16개월 만, 작년 2월 주민동의서를 걷기 시작한 지 10개월 만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달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3~4월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라며 “준공까지 7~8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이다. 현대건설은 사업을 수주하면 단지명에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적용할 방침이다.
1998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22층, 19개 동, 2036가구(전용면적 59~114㎡) 규모 대단지다. 용산구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가구수가 가장 많다. 지하철 4호선·경의중앙선 이촌역이 단지와 바로 맞닿아 있다. 일부 동(棟)은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현재 용적률이 358%에 달해 재건축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합은 수평 및 별동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통해 가구수를 2341가구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단지 외관은 지하 4층~지상 최고 30층으로 커지고, 용적률은 515%까지 확대된다. 전용면적도 74~132㎡로 넓어진다. 공사비는 5787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경우 조합원 추정 분담금은 가구당 1억240만~2억5730만원이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23억8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연초 매매가(19억2000만원)보다 4억6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이촌동 A공인 대표는 “집값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 등으로 아파트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11월부터는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용 84㎡의 현재 호가는 25억원 수준이다.

○코오롱과 강촌은 시공사 선정 눈앞

이촌동에서 리모델링 추진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현대맨숀(653가구, 1974년 준공)이다. 최근 이주를 마친 이 단지는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2025년 초 입주가 목표다. 수평·별동 증축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가구수는 750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리모델링 후 단지명엔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이 적용된다.

작년 하반기 조합을 설립한 코오롱(834가구, 1999년 준공)과 강촌(1001가구, 1998년 준공)은 각각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상태다. 두 단지 모두 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가구수를 각각 125가구, 113가구 늘릴 계획이다. 코오롱과 강촌은 당초 공동 리모델링을 추진할 방침이었지만, 주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무산됐다.

한가람과 붙어 있는 한강대우(834가구, 2000년 준공)도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50%가 넘는 주민 동의율(법정 요건 67%)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주민 대상 리모델링 설명회를 한 우성(243가구, 1995년 준공)은 이달 말부터 정식 동의서를 접수할 예정이다. 두 단지의 증축 가구수는 각 29가구로, 모두 일반에 분양된다. 30가구 미만의 일반분양 물량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가 다소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촌동 B공인 관계자는 “현대맨숀을 빼면 사업 초기 단계 단지들이어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주민 여론도 만만치 않아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