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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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판매사들이 오스템임플란트가 담긴 펀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횡령이 발생한 만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해당 주식을 담은 펀드를 판매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운용업계에선 오히려 ‘묻지마 판매 중단’이 투자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편입 비중이 미미한 펀드는 오스템임플란트 거래정지로 인한 영향이 거의 없음에도 가입을 막아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스템임플란트 비중 0% 펀드도 중단

7일 KB증권은 오스템임플란트가 1주 이상 담긴 펀드 79개에 대해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에 1880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한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규 가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날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도 같은 이유로 관련 펀드의 신규 가입 중단을 발표한 데 이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도 판매 중단 행렬에 동참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3일자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펀드에는 최근 종가로 기준가를 계속 표시한다.
오스템임플란트 0.1%뿐인데…'펀드판매 중단'
판매사들은 투자자 보호를 내걸었지만 운용업계에선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많이 담지 않은 펀드는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에 미래에셋증권에서 판매를 중단한 93개 펀드 중 오스템임플란트 편입비중이 0.1%도 안 되는 펀드가 10개나 된다. 실질적으로 몇 주 안 담고 있어 편입비중이 제로라는 얘기다. 미래에셋이 판매를 중단한 펀드 가운데 80%(76개)가 오스템임플란트를 1% 미만으로 담고 있었다.

한 공모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를 일정 규모 이상 담은 펀드만 가입을 중단시키는 것도 아니고 모두 중단시키면 가입자가 큰 문제가 생긴 줄 알 가능성이 있다”며 “놀란 기존 가입자들이 펀드를 해지하면 시장 전반으로 불안감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횡령 일어날 때마다 중단할 거냐”

이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펀드런’에 나서면 거래정지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외의 종목을 팔아 환매에 대응해야 해서 펀드 내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이 계속 커지는 문제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이 커질수록 펀드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또 환매에 나서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펀드 판매 재개가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것도 문제다. 현재 펀드 판매 중단을 밝힌 판매사들은 중단 기간에 대해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최대 수년 걸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언제 어떤 명분으로 펀드 판매를 재개할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땅한 기준 없이 가입 중단이 이뤄졌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다른 종목에서도 종종 횡령이 발생하는데 이전까진 한 번도 펀드 신규 가입 자체가 중단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별 종목의 횡령 문제가 터질 때마다 펀드 가입을 막는다면 공모펀드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라임사태 이후로 투자자 보호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횡령이 터졌으니 과민반응하는 것도 이해된다”면서도 “정당한 기준 없이 판매사가 펀드 가입을 중단시키는 건 운용사에는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