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매직, 히트작 ‘직수형 정수기’ 탄생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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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MO Insight 「케이스스터디」
소비자 입장에서 페인 포인트(문제점) 해결
‘마(魔)의 벽’ 렌털 계정 수 200만 돌파
삼성전자와 서비스 제휴로 렌털 제품군 다변화
소비자 입장에서 페인 포인트(문제점) 해결
‘마(魔)의 벽’ 렌털 계정 수 200만 돌파
삼성전자와 서비스 제휴로 렌털 제품군 다변화
바야흐로 렌털 전성시대다. 전통 렌털 제품인 정수기뿐 아니라 자동차, 가전, 매트리스 등 일상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 제품을 렌털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가전 렌털 시장이 커지면서 이 시장에 뛰어드는 국내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매직은 가전제품 렌털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마(魔)의 벽’으로 여겨지던 렌털 계정 수가 200만을 돌파하면서 업계 1위인 코웨이를 추격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SK매직의 누적 렌털 계정 수는 216만개다. 여기에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명실상부 대형 렌털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8044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옛 동양매직이었던 SK매직은 2016년 11월 SK그룹에 인수된 후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선 게 현재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차별화한 제품, 편리한 기능, 세련된 디자인, 고객 중심 렌털 서비스를 강조하는 게 회사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상황 1 정수기 렌털 후발주자
원래 주방가전 전문기업이었던 SK매직은 2010년 대 정수기 렌털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기존 강자들이 업계를 이끌던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선 새로운 제품이나 시장 발굴이 필요했다.
이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던 중 SK매직의 시야에 들어온 신(新) 시장이 ‘직수형 정수기’다. 당시 저수조(물탱크) 위주의 시장에서 오염물질 발생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정수기에 대한 불신도 점점 커지던 때였다. 직수형 정수기는 흐르는 물을 곧장 정수해 내놓는 방식이어서 물탱크가 필요 없다.
하지만 기존 물탱크 방식 정수기를 넘기 위해선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이전까지 시장에 나온 직수형 정수기는 정수만 가능할 뿐 냉수와 온수를 뽑아낼 수 없었다.
SK매직은 2년 여간의 연구 끝에 2015년 세계 최초로 정수는 물론 냉수·온수를 직수로 추출할 수 있는 ‘슈퍼정수기’를 출시할 수 있었다. 냉수와 온수까지 물탱크에 저장하지 않고 직수로 추출할 수 있어 저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의 오염 우려를 없앴다.
그 뒤 SK매직은 슈퍼정수기를 앞세워 직수형 정수기 신시장의 프론티어가 됐다. 회사는 물탱크 안의 물을 차갑거나 뜨거운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 기존 정수기보다 50% 이상 전기료가 줄어드는 점을 소비자 대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월 평균 2만5000대 이상 팔리며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 기준 SK매직의 직수형 정수기는 누적 계정 130만을 돌파하며 시장 1위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최근 직수 얼음정수기, 대용량 직수정수기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상황 2 코로나19로 렌털사업 타격
2020년 초부터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SK매직에도 충격을 줬다. 방문 판매를 통해 고객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렌털 사업에서 코로나 사태는 신속한 대처를 요구했다.
SK매직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관리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을 눈여겨 봤고, 새로운 맞춤형 제품 홍보로 돌파해야 한다고 봤다. 그 결과 내놓은 제품이 자가관리형 ‘스스로 직수 정수기’였다.
이 제품은 방문 관리 서비스가 어려운 고객을 위해 개발된 자가관리형 정수기로 전문적인 방문관리 서비스와 동일한 살균 기능을 정수기 자체적으로 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2020년 8월 출시 후 한 달만에 1만 대 이상이 판매됐다.
주방 가전 분야에선 늘어나는 온라인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2020년 6월 SK매직은 회사의 자체 라이브커머스(SK매직라이브쇼)를 업계에서 최초로 진행해 식기세척기를 판매했다. SK매직몰(자사 온라인몰)과 유튜브, 카카오TV에서 동시 송출된 라이브커머스로 당시 렌털 업계가 기존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사용한 것과 달리 자체 플랫폼으로 밀고 나갔다.
SK매직 관계자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수수료를 절감하고 자사몰의 유입 고객을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봤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60회 이상의 방송이 진행됐다.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 올인원 얼음 직수정수기, 보더리스 인덕션 등 인기 제품 대다수가 라이브쇼를 통해 소개됐다.
라이브 쇼와 함께 온라인몰을 통해 2010년 10월부터 ‘식기세척기 세제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기세척기 세제를 정기구독 방식으로 매달 보내주는 것으로, SK매직 제품의 이용여부와 무관하게 온라인 신청만 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SK매직 측은 “기존 렌털기업이 자사고객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정기배송 서비스에서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라며 “렌털 외부고객을 중장기적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 3 렌털 제품군 다변화 수요
SK매직의 렌털 사업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제품 다변화에 대한 문제가 떠올랐다. 기존 정수기, 공기청정기 중심에서 안마의자, 의류건조기, 식물재배기 등으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려 시도했지만 기존 제조 설비로 제품군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이같은 문제는 작년 5월 삼성전자와 전략적 사업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삼성전자와 결합한 렌털 서비스(스페셜 렌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어느정도 해결됐다는 평가다. 스페셜 렌털은 삼성전자의 다양한 고가 가전 제품을 SK매직의 렌털 서비스와 결합한 상품이다.
삼성전자 가전을 단순 대여하는 것이 아니라 SK매직이 발전시켜 온 각종 케어 서비스를 결합시켜 시너시 효과를 얻고 있다. SK매직은 세탁기, 건조기 등 삼성 제품군에 대해 세탁·건조조, 열교환기, 각종 필터 세척 등 제품 내부의 보이지 않는 곳을 분리해 세척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가전 시리즈 마케팅을 위해 렌털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새로운 렌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는 평가다.
SK매직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제품에 대한 렌털 서비스 제품군을 대폭 늘렸다”며 “삼성전자 역시 고가의 가전 제품에 대한 렌털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SK매직의 고객관리 전문인력 조직인 MC(매직케어) 4000여명이 이같은 렌털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
SK매직의 마케팅본부에서 되새기고 있는 핵심 철학이다.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고객과 현장에서 부딪히며 접점을 넓혀야 남들보다 한발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생각이다.
회사가 가전 제조기업이면서 렌털서비스 기업인 특이한 포지션에 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큼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사내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SK매직의 히트작인 ‘직수형 정수기’도 이런 고객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고민 끝에 나온 제품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시장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MOT(Moment Of Truth·일상 생활 공간을 파고드는 마케팅 기법)’를 잡는 기법을 쓴다”며 “기존 주방가전에서 정수기·공기청정기 렌털 사업으로 비즈니스의 무게 추가 이동한 뒤 회사의 제품이 고객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문화가 자연스레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SK매직은 이같은 목표를 위해 방문판매 등 관리 조직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렌털은 고객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업하는 직원들이 많아야 매출이 흔들리지 않는다. 직원들은 단순히 렌털, 일시불 제품을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고객들을 밀착관리 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있다. 분해세척 서비스, 공간케어 서비스 등 고객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도 갖췄다.
김동현 기자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치 스페인의 투우사가 오랜 대결 끝에 소의 급소를 찌르는 마지막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듯이 경영 현장에도 MOT(Moment of Truth), 즉 “진실의 순간”이 있다. 이 말은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얀 칼슨이 1987년에 출간한 책 『Moment of Truth』를 통해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말이다.
당시 얀 칼슨은 1000만명의 자사 고객이 각각 5명의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직원과 매번 평균 15초 정도 접촉함을 알아냈다. 결국 이 ‘5000만번’의 고객 접점을 통해 자사의 이미지가 결정되고, 이 접점이 우리 항공사가 최상의 대안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MOT는 이처럼 기업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순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지극히 짧은 순간일 수 있지만, 이 순간이 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MOT가 매우 거창한 환경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 순간은 의외로 매우 작고 사소한 순간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기업의 홈페이지를 클릭해서 첫 화면에 진입하는 순간,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직원의 첫 응대 순간, A/S 방문 기사가 제품 수리를 위해 우리 집에 들어서는 순간 등 매우 사소한 찰나의 순간일 수 있다.
MOT 이론은 이 때 소비자들이 받은 인상이 매우 중요하고, 이 결정적 순간 때문에 그 제품을 다시 구입할 수도, 혹은 다시는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마케터라면 고객과의 접점을 파악하고, 그 중 어떤 순간이 가장 결정적이 될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SK매직 역시 고객들이 렌탈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낀 불만, 혹은 불편의 순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기존 정수기 물탱크에서 오염 물질이 생겨 ‘불만을 느끼는 순간’에서 출발해 직수형 정수기를 개발하였고, 식기 세척기 세제를 매번 구매하는 ‘불편한 순간’에 집중해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특히 SK매직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세제를 구독할 수 있는 점은 외부 고객에게 새로운 진실의 순간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마케팅에서 진실의 순간은 “곱셉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특별히 중요하다. 다시 말해 기업이 다른 99가지를 잘해도 단 한 번의 진실의 순간에 잘못 대응하면, 그 순간 고객의 만족은 ‘0점’이 될 수 있다. 이 결정적 순간 때문에 고객을 잃는다면 기업에게 매우 치명적인 손해이다. 반대로 이는 경쟁자 입장에서 진실의 순간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마케터들은 고객이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결정적 순간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기 때문에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에서 어떤 순간이 MOT가 될 수 있는지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느끼게 되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곳’ 또는 ‘것’을 찾게 된다. 당연히 페인 포인트가 느껴지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재구매 확률이 높아진다.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준 대표적인 사례가 SK매직의 직수형 정수기이다. 기존의 저수조(물탱크) 방식 정수기에서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였던 오염물질 발생 문제를 직수형 정수기로 말끔히 해결했다. 정수기를 쓰고 싶은데 오염물질이 골칫거리였던 소비자로서는 무척 반가운 제품이었다. 여기에 온수와 냉수 그리고 최근에는 얼음까지 나오는 직수형 정수기가 출시되었다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SK매직 사례처럼 페인 포인트 해결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기업들은 페인 포인트를 찾기 위해 흔히 사용자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를 사용한다. 중고거래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이 연구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3개 중고거래 앱의 사용자 여정을 검색, 정보확인, 문의, 거래, 피드백 등 5단계로 구분했다.
첫 번째 검색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물건을 검색하고, 두 번째 정보확인 단계에서는 검색 후 물건을 선택해 사진과 게시글을 살펴보며, 세 번째 문의 단계에서는 판매자에게 자세한 정보를 물어보고 가격 흥정을 한다. 네 번째 거래 단계에서 판매와 구매가 일어나고, 다섯 번째 피드백 단계에서는 거래 후기 작성 및 평가가 이뤄진다.
이 연구는 5단계 사용자 여정에서 다른 메신저와의 호환 기능의 부재, 불필요한 정보의 수신, 허위 매물 및 연락 두절에 따른 불만족 등의 페인 포인트를 도출해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고객의 시각에서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 나가자’
SK매직의 핵심 마케팅 철학이다. 페인 포인트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만족 사항 즉 소비자로서 불편하거나 번거롭거나 성가신 골칫거리를 말한다. 이러한 ‘고객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주자는 마케팅 철학이야말로 SK매직 뿐 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들의 핵심 철학이 되어야 할 것 같다.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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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네트웍스의 자회사인 SK매직은 가전제품 렌털 사업을 꾸준히 확장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업체다. 지난해 ‘마(魔)의 벽’으로 여겨지던 렌털 계정 수가 200만을 돌파하면서 업계 1위인 코웨이를 추격하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SK매직의 누적 렌털 계정 수는 216만개다. 여기에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매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명실상부 대형 렌털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은 8044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옛 동양매직이었던 SK매직은 2016년 11월 SK그룹에 인수된 후 대대적인 체질개선에 나선 게 현재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차별화한 제품, 편리한 기능, 세련된 디자인, 고객 중심 렌털 서비스를 강조하는 게 회사의 문화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상황 1 정수기 렌털 후발주자
도전 1 직수형 정수기 신(新) 시장
원래 주방가전 전문기업이었던 SK매직은 2010년 대 정수기 렌털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기존 강자들이 업계를 이끌던 시장에서 이기기 위해선 새로운 제품이나 시장 발굴이 필요했다. 이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던 중 SK매직의 시야에 들어온 신(新) 시장이 ‘직수형 정수기’다. 당시 저수조(물탱크) 위주의 시장에서 오염물질 발생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정수기에 대한 불신도 점점 커지던 때였다. 직수형 정수기는 흐르는 물을 곧장 정수해 내놓는 방식이어서 물탱크가 필요 없다.
하지만 기존 물탱크 방식 정수기를 넘기 위해선 대대적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이전까지 시장에 나온 직수형 정수기는 정수만 가능할 뿐 냉수와 온수를 뽑아낼 수 없었다.
SK매직은 2년 여간의 연구 끝에 2015년 세계 최초로 정수는 물론 냉수·온수를 직수로 추출할 수 있는 ‘슈퍼정수기’를 출시할 수 있었다. 냉수와 온수까지 물탱크에 저장하지 않고 직수로 추출할 수 있어 저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의 오염 우려를 없앴다.
그 뒤 SK매직은 슈퍼정수기를 앞세워 직수형 정수기 신시장의 프론티어가 됐다. 회사는 물탱크 안의 물을 차갑거나 뜨거운 상태로 유지할 필요가 없어 기존 정수기보다 50% 이상 전기료가 줄어드는 점을 소비자 대상으로 홍보했다.
그 결과 월 평균 2만5000대 이상 팔리며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말 기준 SK매직의 직수형 정수기는 누적 계정 130만을 돌파하며 시장 1위 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최근 직수 얼음정수기, 대용량 직수정수기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상황 2 코로나19로 렌털사업 타격
도전 2 라이브커머스·자가관리형 정수기
2020년 초부터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SK매직에도 충격을 줬다. 방문 판매를 통해 고객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렌털 사업에서 코로나 사태는 신속한 대처를 요구했다.SK매직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관리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을 눈여겨 봤고, 새로운 맞춤형 제품 홍보로 돌파해야 한다고 봤다. 그 결과 내놓은 제품이 자가관리형 ‘스스로 직수 정수기’였다.
이 제품은 방문 관리 서비스가 어려운 고객을 위해 개발된 자가관리형 정수기로 전문적인 방문관리 서비스와 동일한 살균 기능을 정수기 자체적으로 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2020년 8월 출시 후 한 달만에 1만 대 이상이 판매됐다.
주방 가전 분야에선 늘어나는 온라인 고객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2020년 6월 SK매직은 회사의 자체 라이브커머스(SK매직라이브쇼)를 업계에서 최초로 진행해 식기세척기를 판매했다. SK매직몰(자사 온라인몰)과 유튜브, 카카오TV에서 동시 송출된 라이브커머스로 당시 렌털 업계가 기존의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을 사용한 것과 달리 자체 플랫폼으로 밀고 나갔다.
SK매직 관계자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수수료를 절감하고 자사몰의 유입 고객을 끌어올리는 효과까지 봤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60회 이상의 방송이 진행됐다.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 올인원 얼음 직수정수기, 보더리스 인덕션 등 인기 제품 대다수가 라이브쇼를 통해 소개됐다.
라이브 쇼와 함께 온라인몰을 통해 2010년 10월부터 ‘식기세척기 세제 정기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식기세척기 세제를 정기구독 방식으로 매달 보내주는 것으로, SK매직 제품의 이용여부와 무관하게 온라인 신청만 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SK매직 측은 “기존 렌털기업이 자사고객만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정기배송 서비스에서 발상의 전환을 한 것”이라며 “렌털 외부고객을 중장기적으로 유입시키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 3 렌털 제품군 다변화 수요
도전 3 삼성전자와 서비스 제휴로 돌파
SK매직의 렌털 사업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제품 다변화에 대한 문제가 떠올랐다. 기존 정수기, 공기청정기 중심에서 안마의자, 의류건조기, 식물재배기 등으로 제품 카테고리를 확대하려 시도했지만 기존 제조 설비로 제품군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이같은 문제는 작년 5월 삼성전자와 전략적 사업제휴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삼성전자와 결합한 렌털 서비스(스페셜 렌털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어느정도 해결됐다는 평가다. 스페셜 렌털은 삼성전자의 다양한 고가 가전 제품을 SK매직의 렌털 서비스와 결합한 상품이다.
삼성전자 가전을 단순 대여하는 것이 아니라 SK매직이 발전시켜 온 각종 케어 서비스를 결합시켜 시너시 효과를 얻고 있다. SK매직은 세탁기, 건조기 등 삼성 제품군에 대해 세탁·건조조, 열교환기, 각종 필터 세척 등 제품 내부의 보이지 않는 곳을 분리해 세척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가전 시리즈 마케팅을 위해 렌털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었다. 결국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새로운 렌털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는 평가다.
SK매직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선 세탁기, 냉장고 등 대형 제품에 대한 렌털 서비스 제품군을 대폭 늘렸다”며 “삼성전자 역시 고가의 가전 제품에 대한 렌털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진입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SK매직의 고객관리 전문인력 조직인 MC(매직케어) 4000여명이 이같은 렌털 서비스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고객의 시각에서 페인 포인트(문제점)를 해결해 나가자.’SK매직의 마케팅본부에서 되새기고 있는 핵심 철학이다.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고객과 현장에서 부딪히며 접점을 넓혀야 남들보다 한발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생각이다.
회사가 가전 제조기업이면서 렌털서비스 기업인 특이한 포지션에 있기 때문에,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만큼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사내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SK매직의 히트작인 ‘직수형 정수기’도 이런 고객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고민 끝에 나온 제품이다.
SK매직 관계자는 “시장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MOT(Moment Of Truth·일상 생활 공간을 파고드는 마케팅 기법)’를 잡는 기법을 쓴다”며 “기존 주방가전에서 정수기·공기청정기 렌털 사업으로 비즈니스의 무게 추가 이동한 뒤 회사의 제품이 고객 선택을 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찾는 문화가 자연스레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SK매직은 이같은 목표를 위해 방문판매 등 관리 조직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렌털은 고객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영업하는 직원들이 많아야 매출이 흔들리지 않는다. 직원들은 단순히 렌털, 일시불 제품을 판매만 하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고객들을 밀착관리 할 수 있도록 교육받고 있다. 분해세척 서비스, 공간케어 서비스 등 고객을 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도 갖췄다.
김동현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마치 스페인의 투우사가 오랜 대결 끝에 소의 급소를 찌르는 마지막 결정적 순간을 기다리듯이 경영 현장에도 MOT(Moment of Truth), 즉 “진실의 순간”이 있다. 이 말은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얀 칼슨이 1987년에 출간한 책 『Moment of Truth』를 통해서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말이다.
당시 얀 칼슨은 1000만명의 자사 고객이 각각 5명의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직원과 매번 평균 15초 정도 접촉함을 알아냈다. 결국 이 ‘5000만번’의 고객 접점을 통해 자사의 이미지가 결정되고, 이 접점이 우리 항공사가 최상의 대안임을 입증하는 결정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MOT는 이처럼 기업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순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지극히 짧은 순간일 수 있지만, 이 순간이 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MOT가 매우 거창한 환경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 순간은 의외로 매우 작고 사소한 순간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기업의 홈페이지를 클릭해서 첫 화면에 진입하는 순간,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직원의 첫 응대 순간, A/S 방문 기사가 제품 수리를 위해 우리 집에 들어서는 순간 등 매우 사소한 찰나의 순간일 수 있다.
MOT 이론은 이 때 소비자들이 받은 인상이 매우 중요하고, 이 결정적 순간 때문에 그 제품을 다시 구입할 수도, 혹은 다시는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마케터라면 고객과의 접점을 파악하고, 그 중 어떤 순간이 가장 결정적이 될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SK매직 역시 고객들이 렌탈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낀 불만, 혹은 불편의 순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기존 정수기 물탱크에서 오염 물질이 생겨 ‘불만을 느끼는 순간’에서 출발해 직수형 정수기를 개발하였고, 식기 세척기 세제를 매번 구매하는 ‘불편한 순간’에 집중해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였다. 특히 SK매직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세제를 구독할 수 있는 점은 외부 고객에게 새로운 진실의 순간을 제공하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
마케팅에서 진실의 순간은 “곱셉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특별히 중요하다. 다시 말해 기업이 다른 99가지를 잘해도 단 한 번의 진실의 순간에 잘못 대응하면, 그 순간 고객의 만족은 ‘0점’이 될 수 있다. 이 결정적 순간 때문에 고객을 잃는다면 기업에게 매우 치명적인 손해이다. 반대로 이는 경쟁자 입장에서 진실의 순간을 통해 새로운 고객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마케터들은 고객이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결정적 순간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온라인,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기 때문에 오프라인과는 달리 온라인에서 어떤 순간이 MOT가 될 수 있는지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느끼게 되면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시 이용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곳’ 또는 ‘것’을 찾게 된다. 당연히 페인 포인트가 느껴지지 않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면 재구매 확률이 높아진다.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준 대표적인 사례가 SK매직의 직수형 정수기이다. 기존의 저수조(물탱크) 방식 정수기에서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였던 오염물질 발생 문제를 직수형 정수기로 말끔히 해결했다. 정수기를 쓰고 싶은데 오염물질이 골칫거리였던 소비자로서는 무척 반가운 제품이었다. 여기에 온수와 냉수 그리고 최근에는 얼음까지 나오는 직수형 정수기가 출시되었다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SK매직 사례처럼 페인 포인트 해결은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다. 기업들은 페인 포인트를 찾기 위해 흔히 사용자 여정 지도(customer journey map)를 사용한다. 중고거래 앱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이 연구는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3개 중고거래 앱의 사용자 여정을 검색, 정보확인, 문의, 거래, 피드백 등 5단계로 구분했다.
첫 번째 검색 단계에서는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물건을 검색하고, 두 번째 정보확인 단계에서는 검색 후 물건을 선택해 사진과 게시글을 살펴보며, 세 번째 문의 단계에서는 판매자에게 자세한 정보를 물어보고 가격 흥정을 한다. 네 번째 거래 단계에서 판매와 구매가 일어나고, 다섯 번째 피드백 단계에서는 거래 후기 작성 및 평가가 이뤄진다.
이 연구는 5단계 사용자 여정에서 다른 메신저와의 호환 기능의 부재, 불필요한 정보의 수신, 허위 매물 및 연락 두절에 따른 불만족 등의 페인 포인트를 도출해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고객의 시각에서 페인 포인트를 해결해 나가자’
SK매직의 핵심 마케팅 철학이다. 페인 포인트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만족 사항 즉 소비자로서 불편하거나 번거롭거나 성가신 골칫거리를 말한다. 이러한 ‘고객의 골칫거리’를 해결해주자는 마케팅 철학이야말로 SK매직 뿐 만이 아니라 모든 기업들의 핵심 철학이 되어야 할 것 같다.마케터를 위한 지식·정보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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