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콘텐츠가 전부다」저자, 노가영

‘위드 코로나’로 접어든지 2개월이 채 되기 전에 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했으나 이즘에서 팬데믹 20개월을 돌아보며 몇가지 변화를 정리해 본다.

코로나 전과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굳이 한가지를 꼽자면, 우리는 ‘안쓰던 곳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자. 그간, 동네 중국집에 짜장면을 시키면서 별도의 배달료를 지불한다는 건 꽤 어색한 일이었다. 사람 성향에 따라 미안하면 가끔 짜장면을 곱빼기로 시키거나 군만두를 추가로 주문하는 경우는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배달 앱에서 햄버거 1개와 된장찌게 1인분을 시킬 때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거나 2,000~3,000원의 배달비를 추가로 결제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다.

관련하여 다양한 산업들 중에서 온라인 공연의 사례를 보자. 팬데믹 초창기, K팝 팬덤에게 디지털 상에서 무료로 제공되던 맛보기 콘텐츠들은 지난 20여개월 동안 오프라인 콘서트를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기술적 재미들을 더하면서 ‘돈을 내는 것이 당연한’ 콘텐츠로 정착했다.

필자가 K-팝 팬덤 커뮤니티에서 읽은 온라인 콘서트 후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던 댓글은 ‘온콘(온라인 콘서트) 시청을 끝내니 너무 피곤하다. 과거, 올림픽공원에서 두 시간 스탠딩 뛰고 택시 타고 귀가하던 그 체력 저하 느낌 그대로다. 다음날 눈뜨니 온몸이 욱신거리더라’(출처 : 네이버 블로그 ‘에밀리’ghkddbswjdzz) 라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못지않은 온라인 콘서트의 수준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이보다 더 훌륭한 묘사가 있을까 싶다.

한국의 아이돌은 공연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쏟아 내는 데 훈련이 돼 있고, 시청자들은 오프라인 콘서트보다는 많이 저렴하지만 그래도 돈이 아깝지 않게 심신을 정비한 뒤 라이브 버튼을 누른다. 여기에 신곡 독점 공개나 TV방송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퍼포먼스는 유료 관객들만의 차별화된 권리이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료로 제공되던 것을 유료로 바꾸는 것이라고 하는데 팬데믹의 장기화는 ‘당연한 무료’를 ‘지불할만한 유료’로 바꿔 자연스레 정착시켰다.

그 뒤에는 K-팝이라는 콘텐츠, 그리고 한국의 IT기술과 네트워크의 힘이 있다. 인원 제한없는 온라인 콘서트의 경우, 탄탄한 서버 용량과 실황과 가장 유사한 연출 등, 고난도의 제작·송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화의 다른 말은 ‘돈의 회수’다. 콘텐츠 티켓의 가격과 유료 관객의 숫자, 결국 P(가격) x Q(관객수)의 합이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콘텐츠를 전제로 오프라인 콘서트 티켓이 10만원이면 현재 온라인 콘서트는 그 절반 이하인 4만~5만원 수준이다.

예를 들어 약 1만명을 수용하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온라인 콘서트로 바꾼다고 했을 때, 수용 가능 인원의 두 배인 2만명만 모객하면 비슷한 매출이 나온다는 얘기다.

A급 아이돌의 경우 보통 팬덤 10~20만명은 유료 공연을 관람하는 편이니 오히려 언택트가 남는 장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 콘서트의 경험을 온전히 팬덤에게 전달하려는 ‘AR(증강현실)’, ‘XR(혼합현실)’ 등의 기술적 구현에 끊임없는 마중물 투자도 필요하며, 매번 진화하는 실감 기술력의 수위와 단발적 투자라는 현실적인 난제들이 존재한다.

제 아무리 자신들의 스타에게 우호적인 팬덤이어도 유료 관객들은 ‘택트 같은 언택트’를 원한다. 2020년 10월에 진행된 BTS의 온라인 콘서트에서는 대형 LED 스크린에 팬들의 목소리가 들리며 생생한 ‘떼창’이 구현되었는데 BTS와 아미(ARMY) 모두가 울컥했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제 대중들은 언택트지만 ‘택트 같은 감동’을 원하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와 함께 오프라인 콘서트가 재개되고 있는 현 시점에 이를 산업적으로 정착시킬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바로 온오프라인 연계 공연의 시도다.

특히 K-팝 콘텐츠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온·오프라인 연계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물리적으로 불가했던 다양한 시도들이 물꼬를 트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2021년 11월~12월 미국 LA의 소파이 스태디움에서 4일간 열린 BTS의 ‘Permission To Dance On Stage-LA’ 공연은 산업적으로 의미가 크다. 당시 공연은 유튜브 시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연을 시청할 수 있는 ‘LIVE PLAY in LA’가 동시 진행됐으며 마지막 공연일에는 라이브 스트리밍도 병행했다.
<온오프라인 연계 공연이 될 BTS의 LA공연장 : 소피아 스타디움>
https://img.sbs.co.kr/newimg/news/20211205/201615520.jpg
<온오프라인 연계 공연이 될 BTS의 LA공연장 : 소피아 스타디움> https://img.sbs.co.kr/newimg/news/20211205/201615520.jpg
물론, 모든 오프라인 콘서트가 온라인과 연계되기에는 시장 수요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관련해서는 한국에서 오프라인 티켓을 팔고 아티스트가 움직이기 어려운 지역은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중계하는 식의 하이브리드 상품 기획이 가능하다.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공연 횟수가 반으로 줄고, 사업적으로는 해당 하이브리드 상품에 굿즈 판매 등, 팬덤 커머스를 붙일 수 있다. 이 밖에도 공연 중 채팅이나 배팅 퀴즈 등 아티스트와 해당 팬덤층의 특성에 따라 자유로운 상품 조합이 가능하다.

팬데믹의 장기화는 국내외 오프라인 공연의 전면 취소와 함께 이전 대비 30~40% 이상의 매출 급감을 가져왔다. 그러나 지난 20여개월간 시도해온 다양한 포멧의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의 고도화와 서비스의 기획력 향상을 이뤄냈다.

이제 공급자는 팔리는 상품이 무엇인지 알고 소비자는 비용을 지급할만한 콘텐츠를 판단하는 안목이 생겼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쪽 모두 언택트 문화를 즐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밀접한 결합, ‘택트언택트’ 트렌드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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