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로 접어든지 2개월이 채 되기 전에 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했으나 이즘에서 팬데믹 20개월을 돌아보며 몇가지 변화를 정리해 본다.
코로나 전과 지금,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굳이 한가지를 꼽자면, 우리는 ‘안쓰던 곳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자. 그간, 동네 중국집에 짜장면을 시키면서 별도의 배달료를 지불한다는 건 꽤 어색한 일이었다. 사람 성향에 따라 미안하면 가끔 짜장면을 곱빼기로 시키거나 군만두를 추가로 주문하는 경우는 있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배달 앱에서 햄버거 1개와 된장찌게 1인분을 시킬 때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거나 2,000~3,000원의 배달비를 추가로 결제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게 됐다.
관련하여 다양한 산업들 중에서 온라인 공연의 사례를 보자. 팬데믹 초창기, K팝 팬덤에게 디지털 상에서 무료로 제공되던 맛보기 콘텐츠들은 지난 20여개월 동안 오프라인 콘서트를 재현하는 수준을 넘어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기술적 재미들을 더하면서 ‘돈을 내는 것이 당연한’ 콘텐츠로 정착했다.
필자가 K-팝 팬덤 커뮤니티에서 읽은 온라인 콘서트 후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던 댓글은 ‘온콘(온라인 콘서트) 시청을 끝내니 너무 피곤하다. 과거, 올림픽공원에서 두 시간 스탠딩 뛰고 택시 타고 귀가하던 그 체력 저하 느낌 그대로다. 다음날 눈뜨니 온몸이 욱신거리더라’(출처 : 네이버 블로그 ‘에밀리’ghkddbswjdzz) 라는 것이었다.
오프라인 못지않은 온라인 콘서트의 수준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이보다 더 훌륭한 묘사가 있을까 싶다.
한국의 아이돌은 공연에서 최대의 에너지를 쏟아 내는 데 훈련이 돼 있고, 시청자들은 오프라인 콘서트보다는 많이 저렴하지만 그래도 돈이 아깝지 않게 심신을 정비한 뒤 라이브 버튼을 누른다. 여기에 신곡 독점 공개나 TV방송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퍼포먼스는 유료 관객들만의 차별화된 권리이다.
시장경제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료로 제공되던 것을 유료로 바꾸는 것이라고 하는데 팬데믹의 장기화는 ‘당연한 무료’를 ‘지불할만한 유료’로 바꿔 자연스레 정착시켰다.
그 뒤에는 K-팝이라는 콘텐츠, 그리고 한국의 IT기술과 네트워크의 힘이 있다. 인원 제한없는 온라인 콘서트의 경우, 탄탄한 서버 용량과 실황과 가장 유사한 연출 등, 고난도의 제작·송출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산업화의 다른 말은 ‘돈의 회수’다. 콘텐츠 티켓의 가격과 유료 관객의 숫자, 결국 P(가격) x Q(관객수)의 합이다. 일반적으로 동일한 콘텐츠를 전제로 오프라인 콘서트 티켓이 10만원이면 현재 온라인 콘서트는 그 절반 이하인 4만~5만원 수준이다.
예를 들어 약 1만명을 수용하는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온라인 콘서트로 바꾼다고 했을 때, 수용 가능 인원의 두 배인 2만명만 모객하면 비슷한 매출이 나온다는 얘기다.
A급 아이돌의 경우 보통 팬덤 10~20만명은 유료 공연을 관람하는 편이니 오히려 언택트가 남는 장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기존 콘서트의 경험을 온전히 팬덤에게 전달하려는 ‘AR(증강현실)’, ‘XR(혼합현실)’ 등의 기술적 구현에 끊임없는 마중물 투자도 필요하며, 매번 진화하는 실감 기술력의 수위와 단발적 투자라는 현실적인 난제들이 존재한다.
제 아무리 자신들의 스타에게 우호적인 팬덤이어도 유료 관객들은 ‘택트 같은 언택트’를 원한다. 2020년 10월에 진행된 BTS의 온라인 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