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장기간 종교행사 참여 없어"…2심은 "잠시 방황한 것뿐"
실형 선고됐던 '병역 거부' 여호와의증인…2심서 무죄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3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김재영 송혜영 조중래 부장판사)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33)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 판단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2월 병무청 현역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가족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A씨 또한 9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A씨는 대학에 진학해 가족으로부터 독립한 2009년부터 통지서를 받은 2018년 무렵까지는 종교단체 정기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양심이 자신의 내면에서 결정되고 형성된 것이 아니라 가족 등 주변인들의 독려와 기대, 관심에 부응하려는 현실적이고 환경적인 동기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입영 거부가 피고인의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잠시 종교적으로 방황의 시기를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2018년부터 회심해 성서 연구 및 정기 집회에 참석하며 종교 생활에 다시 집중했다"고 판단했다.

2018년에 입영 통지서를 받은 이후 종교 생활을 재개하긴 했지만, A씨가 2011년부터 수혈 거부라는 교리를 지키기 위해 '사전 의료지시 및 위임장'을 소지하고 다녔고 웹하드 업체나 게임 업체에 가입한 사실이 없는 점 등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검찰은 무죄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연합뉴스